행정구역의 수와 면적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라!
행정구역의 수와 면적을 고려한 소위 농어촌특별선거구는 위헌이 아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로 바꾸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전국 246개 지역선거구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1년 헌재가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 4대1을 3대1로 조정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헌재의 인구 편차 '2대1' 결정은 선거구 획정에 고려되어야 할 다른 여러 요소들에 대하여는 침묵한 채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구 획정에 '①인구, ②행정구역, ③지세, ④교통' 등의 4대 고려사항을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4대 고려사항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입법의 불비이다. 인구에 관한 헌재 결정은 바로 이러한 현행법의 공백을 메꾸어 주는 일종의 보완 입법이다.
국회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헌재가 제시한 인구 기준을 당연히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인구 수가 선거구 획정의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인구 기준을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겨 ‘인구 편차 2대1에 맞지 않으면 모두 위헌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독단적 견해이다.
무게는 다소 다르겠지만 제2, 제3, 제4 고려사항인 행정구역, 지세(생활권), 교통 등도 선거구 획정에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때문에 국회와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0대 총선의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획정함에 있어 인구 기준 외에 행정구역 등 다른 고려사항에 대하여도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반영하는 것이 옳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행정구역에 관한 조항을 몇 개 두고 있다. 각 시·도의 지역구국회의원 정수를 최소 3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21조 1항 본문 후단과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를 1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21조 1항 단서가 그것이고, 자치구·시·군의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를 최소 1명으로 규정하고 있는 22조 1항 단서와 광역시 및 도의 시·도의원 정수를 최소 19명으로 규정하고 있는 22조 3항, 자치구·시·군의회의 최소 정수를 7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23조 2항이 그것이다.
위 조항들은 모두 헌재의 인구 편차 기준과 관계없이 행정구역에 따라 의원 정수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들은 분명 헌재가 제시한 인구 기준과는 충돌하지만 누구도 위헌이라 하지 않는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인구와 함께 행정구역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지역 대표성을 고려한 이들 행정구역 관련 조항이 헌재의 인구 기준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과잉 입법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국회의 입법 재량에 속한다는 것이다.
경북의 경우 구체적인 예를 보면, 광역 지방의원의 경우 헌재의 인구 편차 4대1 기준에 따르면 울릉군(10,524명), 청송군(26,470명), 영양군(18,297명), 봉화군(33,894명), 군위군(24,172명), 고령군(35,198명)은 모두 하한 3만6천여 명에 미달하지만 공직선거법 22조 1항 단서에 따라 인구 수와 관계없이 1명의 광역의원을 두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구도 위헌 문제를 제기한 일이 없다. 국회의 입법 재량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도 농어촌은 헌재의 3대1 인구 편차 기준을 적용해 4개 행정구역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뽑고 있다. 이제 헌재의 2대1 기준에 맞추기 위해 5개, 6개 행정구역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내야 할 상황이다.
또 헌재의 2대1 인구 기준을 맞추려면 일부 도에서는 서울시 면적(605.18㎢)의 7배, 1개 선거구 평균 면적(409㎢)의 10배가 넘는 거대 괴물 선거구마저 만들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우리는 인구 수 기준에 더하여 행정구역의 수와 면적에 관한 기준을 제의하고자 한다.
인구와 관계없이 4개 행정구역에 최소 1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두도록 하고, 행정구역의 총 면적이 1개 선거구 평균면적의 5배를 초과하는 지역에 최소 1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두도록 하자는 것이다. (별첨 공직선거법 개정시안 참조) 이를 두고 인구 편차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위헌이라 할 것은 아니다. 지나치지 않고 인구 기준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면 인구 기준과 더불어 행정구역 기준은 양립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지역선거구에 이 기준을 적용해보면 '4개 행정구역 1선거구' 해당 지역이 2~3개, 평균면적 5배 초과 지역이 5~6개 정도 해당되므로 모두 합해도 10개 미만이다. 이들을 인구 기준에 대한 예외로서 '특별히'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지나쳐 인구 기준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농어촌특별선거구'로 불러도 좋다고 생각한다. 뭐라고 부르던 이 기준은 국회의 입법 재량에 속하므로 위헌이 아니다.
우리는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국회와 획정위원회가 선거구를 획정하고 공직선거법을 개정함에 있어 인구 기준과 함께 행정구역의 수와 면적에 대한 기준도 조속히 마련해 반영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이들 구체적 기준의 마련만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투명한 선거구 획정을 가능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2015년10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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