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영암도기박물관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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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영암도기박물관 기획전

'아름다운 영암도기'

한국 도자사(陶瓷史)에서 가장 빠른 시유도기(施釉陶器)가 제작된 군서면 구림리 도기가마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가늠해볼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영암도기박물관이 '2015 氣찬 월출산 국화축제' 개최에 맞춰 10월24일 개막, 오는 12월31일까지 계속 여는 '아름다운 영암도기' 기획전이 그것이다.
'구림도기 드러나다', '영암도기를 빚다', '구림도기 깨진 조각을 읽다', '아름다운 영암도기' 등의 소주제에서 보듯이 이번 기획전은 구림도기의 의미와 역사를 조명하고, 이를 토대로 전통계승을 위한 영암도기의 제작 모습을 보여준다.
'구림도기 깨진 조각을 읽다'에서는 구림도기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도기파편의 특징을 중심으로 당시의 도기조형을 유추해 올해 응용 개발한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영암도기’에서는 구림도기의 다양한 현대적 버전을 제시한다. 판에 박힌 듯 기계로 찍어내는 그릇이 아니라, 새로운 것은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구림가마터의 정신을 반영한 그릇으로서 건강한 쓰임을 가진 생활도기를 위한 현대적 버전을 보여준다.
■ 구림도기, 드러나다(사진 1∼5)
구림도기가마터(국가사적 제338호)에서는 1987년과 1996년 두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 우리 도기역사에서 처음으로 유약을 입힌 녹갈색, 황갈색의 시유도기가 제작되었음이 입증됐다. '구림도기, 드러나다'에서는 군이 이화여대의 구림중학교 폐교활용사업계획안을 토대로 도기박물관을 개관(1999년10월)하고, 구림도기 전통계승의 일환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영암도기를 보여준다.
영암도기박물관 김규화 학예연구사는 한국 도자사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확인된 구림리의 시유도기에 대해 "당시 대외교역의 주요 관문이며 문화교류의 요충지였던 구림마을에서 발달된 기술과 열린 사고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또 "도자문화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시유기술을 시도함으로써 도기의 기능성을 한 단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가능성과 잠재력이 내재된 첨단기술의 출현에도 계기를 만들었다"고 덧붙인다.
■ 영암도기를 빚다(사진 6∼8)
군은 도기박물관 개관과 함께 2000년부터 구림가마터의 황토를 이용한 제조방법을 토대로 영암도기 자체생산을 시작했다. 특히 시유도기로서 광구병, 단지, 유병 등 비교적 구림도기의 전체적인 형태를 짐작할 수 있는 세 가지 유물을 중심으로 영암도기를 제작해 구림도기가마터를 그대로 재현한 장작가마 영암요(靈巖窯)와 현대식 가마를 활용해 구워내고 있다.
김규화 학예연구사는 "구림가마터에서 출토된 도기는 회색 경질의 환원염 소성의 도기가 대부분이며, 약간의 회식 연질도기로서 주로 생활용기로 사용된 그릇으로, 편병, 작은병 등 운반에 편리한 형태와 큰 항아리, 사각병, 작은 단지가 함께 출토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영암도기를 빚다'에서는 2000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광구병, 단지, 유병의 조형적 형식을 보여준다. 이 조형적 형식 역시 구림도기로부터 기원하나 장인의 손길에 따라 형태와 유약효과 등은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고 김규화 학예연구사는 설명한다.
■ 구림도기, 깨진 조각을 읽다(사진 9∼16)
김규화 학예연구사는 "구림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주목받지 못했던 도기파편이야말로 구림도기 조형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단초"라고 말한다. "당시 도기에 나타난 선의 흐름은 도기가 갖는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료이자, 구림도기의 세부적인 형태적 특징은 물론 도기제작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는 유물"이라는 설명이다.
도기박물관은 그동안 형태추정이 가능한 발굴유물을 중심으로 구림도기의 재현 및 계승을 시도해 구림도기의 다양한 특성들이 드러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획일화된 조형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함으로써 조형적 표현의 한계에 봉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과 한계를 뛰어넘는 단초가 바로 구림도기의 깨진 작은 조각인 것이다. 김규화 학예연구사는 "작은 조각은 구림도기 조형만이 가진 독특한 특성을 담은 정보의 저장소로서 청자, 분청자, 백자의 조형과는 다른 구림도기만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단서"라고 설명한다.
도편을 응용한 작품은 광구편병, 사각병, 줄무늬유병, 뚜껑 있는 주판알유병, 목 짧은 단지, 자배기, 발, 접시 등으로 청자, 분청자, 백자, 옹기 등과 차별화된 영암도기만의 독특한 조형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 아름다운 영암도기(사진 17∼26)
구림도기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옛 도기의 전통을 현대에 계승하고 나아가 미래 영암의 도자문화를 엿보게 하는 이번 기획전의 메인 코너다.
구림도기는 부장품이나 장식적 특성이 중시되기보다는 생활용기로서 쓰임이 그 제작의 동기다. 따라서 당시 장인들은 다양한 조형세계를 자유롭게 구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김규화 학예연구사는 '아름다운 영암도기' 역시 "구림도기의 내재된 의미인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당대인의 정신을 반영한 그릇으로서, 건강한 쓰임을 가진 생활도기"로 설명하면서 "구림도기가 가진 고대의 쓰임새의 '현대적 버전'인 아름다운 영암도기를 통해 비단 외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그릇으로서가 아닌 인간의 삶을 위한 그릇으로서 편안한 색감과 질감으로 사람들의 생활과 연관된 건강한 아름다움을 말하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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