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전남체전 종합 6위, 그리고 활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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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전남체전 종합 6위, 그리고 활쏘기

최근에 나는 어느 시인이 쓴 ‘새’라는 제목의 시(詩)를 읽은 적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 있어 소개해본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의 진솔한 고백을 담은 것 같은 이 작품이 활쏘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23일부터 24일까지 해남우슬경기장 내 만수정에서는 제55회 전남체육대회가 열렸다. 이날 궁도경기장에서는 영암 열무정의 명예를 짊어지고 출전한 배원식, 윤경석, 김준교, 송태근, 서영록, 서영준, 이광섭 선수가 첫날 3순, 둘째 날 2순의 경기를 마쳤으나, 여수시와 73동시(同矢)를 이뤘다.
6위와 7위전 순위를 정하기 위해 다시 비교를 쏘았다. 한발 한발 화살을 보낼 때마다 혼신의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경기장의 분위기는 엄숙할 정도로 긴장되어 갔다. 경기를 관람하는 나의 손바닥에도 땀이 날 정도로 경기는 치열했다. 선수들이 과녁을 겨냥해 쏘는 화살 한발마다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영암 열무정의 명예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름다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었다.
열무정은 영암읍성(邑城) 동문 밖 동무리 62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활을 쏘는 사람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곳으로 ‘활을 쏘는 정자’라는 뜻에서 일명 사정(射亭)이라고도 부른다. 1535년(중종30)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온다. 사정(열무정)이 창건될 1535년 당시, 영암은 왜구들의 침탈이 심했던 연안(沿岸)에 입지하여 남쪽을 방어하는 보장처(保障處) 역할을 하기도 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열무정은 2009∼2011년 대대적인 중수(重修)를 하였으며 사장(射場)은 영암읍 동무지구의 소도읍(小都邑) 육성사업 때문에 영암읍 역리 135-1번지로 이전했다. 그런데, 사정(射亭)이 마련되지 않고 과녁도 설치 못한 상황에서 2010년 11월 중순 영암공설운동장 주변에 컨테이너 임시 가건물을 설치하고 활을 쏘기 시작했다. 또한 2012년 6월에는 종합스포츠타운 토목공사 진행 때문에 영암군체육회 앞 가건물로 옮겨야 했고, 2012년 10월 초에는 덕진면 용산리 덕진강 천변에 임시로 마련한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11월 말까지 활을 쏘았다.
그 후 2013년 12월 신축한 현대식 한옥 궁도장으로 입정(入亭)하고 2014년 3월14일 열무정 현판식(懸板式)을 가졌다. 이곳에서 회원들은 낮에는 삶의 터전에서 생활에 충실하고 밤에는 계절의 변화에 아랑곳없이 활과 화살을 다듬으며 145m의 과녁을 향해 수백발의 화살을 쏘아 보냈던 것이다.
그 결과 2015년 4월 5일 화순 서양정이 주최한 제17회 화순군수기 전국남여궁도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19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의 쾌거를 달성했었다. 그러나, 2015년 4월 진도 창덕정에서 개최한 제54회 전남체육대회에서는 아쉽게 9위에 머물렀다. 다음 경기를 기다리며 절치부심(切齒腐心)하는 마음으로 이들은 열무정에서 가족들의 지원을 받아 가며 끊임없는 연습을 했다.
한때 전국 최고 사정의 명성을 이어 왔으나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최근 다시 옛 명성을 되찾게 된 배경에는 열무정 사원들의 각고의 노력과 사포계의 후원 덕분이다. 이제 현대화된 열무정을 종합스포츠타운으로 옮겨 전국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시설을 갖춘 이후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군민들이 활쏘기에 큰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활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 중의 하나이다. 혼자서도 즐겁게 수련할 수 있는 운동으로 무엇보다 정신수양과 건강증진에 더 없이 좋은 생활스포츠이다. 우리 궁도인들도 활을 쏘면서 시인이 시작품에서 고백한 것과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날마다 정진하고 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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