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투병중임에도 군서면 도갑리 '희문화창작공간'(관장 김미희)에서 여섯 번째 월출산 사진전인 '미운 것이 안개'展을 열 정도로 고향의 명산 월출산과 사진을 사랑했던 고인은 대한산악연맹 안전대책분과 이사, 전남산악연맹 부회장, 전남산악구조대장, 영암군산악연맹 초대회장 등의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전문산악인으로도 활동했다.
고인의 마지막 개인전이 된 '미운 것이 안개'展에서는 1977년 사진작가로 나선 이래 월출산만 줄곧 찍어 대온 그가 월출산뿐만 아니라 무등산, 활성산, 지리산, 백아산, 천관산 등 전남의 명산을 찾아 안개에 갇힌 산수비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였다.
고인은 개인전을 계획할 즈음 어쩌면 폐암의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안개에 갇힌 산하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실토했었다.
"산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살다보면 안개가 미울 때가 많아요. 꼭 앵글에 담고 싶었던 장면을 감춰버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요즘 안개에 갇힌 산하 그 자체의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짙은 안개에 갇혀 있다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능선은 신비롭기까지 해요. 안개 속 언뜻언뜻 보이는 비경은 바로 '희망' 아닐까 싶어요." 원망스런 안개까지도 암과 투병하던 말년에는 아름다운 산하의 일부이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 계기로 보였음이다.
온몸 깊숙이 퍼진 암세포와 싸우면서도 다시 배낭과 카메라를 매고 월출산을 찾을 수 있다는 의지와 희망을 결코 잃지 않았던 고인은 영암군청 공무원이자, 전국 규모의 사진공모전 및 촬영대회에서 150여 차례의 입상경력을 가진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다. 또 산악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산꾼'이기도 했다.
특히 고인은 영암사람들의 자부심이기도 한 국립공원 월출산의 '최고' 길라잡이로도 유명했다. '월출산 사진작가'라는 별칭에서 보듯 고인은 영암(서호면 엄길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카메라를 손에 쥔 이래 월출산만 찍어 댄 덕분에 수많은 기암괴석과 절벽은 물론 그곳에 서린 전설과 민담의 흔적까지도 줄줄 욀 정도였다.
사진작가로서의 꿈을 가다듬기 위해 광주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산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산 고인은 틈틈이 지역노인들을 대상으로 영정사진을 무료로 제작해주는 등 재능기부활동도 해온 참 공직자이기도 했다.
사진작가들은 '월출산 사진작가' 전판성의 작품세계에 대해 "구차한 무슨 경향이나 이즘보다도 고인이 태어나 자라며 보았던 월출산의 잔잔한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직설적인 화면 이미지, 일관된 화면구도가 고인의 사진작품의 특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고인은 유족으로 미망인 박혜영씨와 1남2녀를 뒀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