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청에 들어와 많은 어르신들을 만납니다. 여러 사연들과 개인사가 있겠지만 그 분들의 한 가지 큰 공통점은 다들 '아픔'을 가진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보통의 어르신들도 연세가 드시면서 긴 세월 속에 이런저런 아픔이 있는데 우리 보훈가족 어르신들은 유독 아픔이 더 많으신 것 같습니다.
대상자 선정을 위해 첫 방문을 하게 되면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들은 그 짧은 시간에도 기나긴 인생여정을 압축해서 쏟아내시며 눈물을 보이시곤 합니다. 처음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으시고 방안에도 들여보내주시지 않던 어르신들도 차츰 정이 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시고, 친딸 이상의 사랑과 관심을 보이시면서 일하는 저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시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사무적으로 그저 집안일을 도와주는 외부인으로만 대하시다가도 섬김이선생님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방문 시간에 맞춰 추울까봐 보일러를 틀어 놓는 분, "집안일은 대충하고 커피 마시며 이야기나 하자"시며 한 주간 이야기를 하는 분, 먹고 싶은 것 있으니 오는 길에 사달라고 하시는 분, "밥솥이 고장 나서 너 아니면 나 밥도 굶을 것 같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시는 분, 케어 날에 맞춰 염색을 해야겠다며 일주일 전부터 염색약을 사다 놓고 기다리시는 분, 친지분들이 가까이 있음에도 섬김이가 더 맘이 편하다며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하시는 분, 혈압약을 무슨 요일에 먹어야 되는지 묻는 분, 이사해야 되는데 집 좀 알아봐달라는 분, 장가 못간 아들이 있는데 친구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하시는 분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훈훈하고 웃음 짓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서비스 유형이 정해져 있다고는 하나, 어르신들 상황이 너무나 다양해 각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에 섬김이선생님들이 한밤중에 달려 나가야 하는 일도 있고 휴일에도 비상상태가 발생해 병원으로 달려가는 일도 있지만, 그만큼 어르신들이 본인들을 믿어주시고 또한 어르신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섬김이 선생님'들은 많은 보람을 느끼며 일하십니다.
재가복지서가 주된 업무이지만 이 사업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뿐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섬김이 선생님'들까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섬김이 선생님들'이 이 일을 통해서 인생을 다시 배워가고 어르신들의 사랑으로 너무 행복하다는 고백을 하십니다. 이건 그분들이 어르신들과 진실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나눔의 대물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삶과 지혜를 나누고 '섬김이 선생님'들은 자신이 가진 자원, 건강한 손발과 지식 등을 나누면서 서로가 다 행복해 질 수 있는 일. 바로 이 '나눔'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후복지 사업의 햇수가 늘어가듯 어르신들의 연세도 늘어가기에 슬픈 일도 준비해야 합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을 지켜보며 가슴 졸이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돌아가신 어르신들 소식에 망연자실할 때도 있고 돌아가신 어르신 댁의 방문날짜에 자신도 모르게 그 집 쪽으로 향할 때도 있습니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과의 일은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다고, 다음 주에 팥죽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느닷없이 화장실에서 쓰러지셔서 일어나지 못하시는 어르신을 생각할 때면, 얼굴만 겨우 아는 저도 가슴이 아려오는데 우리 '섬김이 선생님'들은 오죽 마음이 아프실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보훈 섬김이 선생님들은 어르신들께 '어머님', '아버님'하면 어르신들 역시 '우리 딸', '나라에서 보내준 우리 막내딸'하시며 친근하게 대하셔서 모르는 사람들에겐 친부모와 딸로 비춰질 만큼 돈독한 이분들의 '나눔과 섬김'의 관계가 오래도록 계속 될 수 있도록 우리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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