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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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매미는 수컷만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를테면 암컷은 '벙어리매미'다. 수컷은 복부 아래에 진동막이라는 특수한 발음기가 있어 높은 소리를 내는 반면, 암컷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 폭염 속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따라서 수컷이 암컷을 찾는 '구애(求愛)의 소리'다.
전 세계적으로 3천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매미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참매미, 유지매미, 털매미 등 2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이중 고유종은 참깽깽매미, 말매미, 봄매미, 소요산매미, 두눈박이좀매미 등이라고 한다.
매미는 가늘고 단단한 대롱 모양의 입을 나무에 박고 진을 빨아먹는다. 암컷은 단단한 산란관이 있어 나무껍질을 뚫고 알을 낳는다. 애벌레가 부화하기까지는 짧게는 45일에서 길게는 10개월, 또는 그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애벌레는 땅속에 들어가 나무뿌리의 진을 빨아먹고 자라다 2~3년 만에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된다.
매미 가운데 애벌레 시기가 잘 알려진 것은 유지매미와 참매미 두 종이라고 한다. 모두 알이 부화되고 나서 6년째에 성충 매미가 되므로, 알을 낳은 해부터 치면 7년째에 성충이 된다. 북아메리카의 17년 매미는 애벌레 기간이 17년과 13년 되는 것도 있다 한다. 즉 매미가 알에서 성충이 되는데는 무려 7년에서 17년이 소요되는 것이다.
매미가 우는 시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말매미와 참매미는 오전에 울고, 유지매미나 애매미는 오후에 울며, 털매미는 하루 종일 운다고 한다. 매미는 진동막의 힘살을 죄었다 늦추었다 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는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어쨌든 매미는 나무의 진을 빨아먹는가 하면 햇가지 속에 알을 낳아 나무를 말라죽게 하고, 애벌레는 나무뿌리에서 수액을 빨아 먹어 식물에 많은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해충으로 분류된다. 또 한 여름 폭염 속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소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런 매미에게서 다섯 가지 덕(德), 즉 오덕(五德)을 찾았다.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이 그것이다.
문(文)은 매미의 머리 모양이 선비가 쓰는 관(冠)을 닮았으니 문덕(文德)을 갖췄다는 것이요, 청(淸)은 이슬만 먹고 사니 청덕(淸德)을 지녔다는 것이다. 또 염(廉)은 메뚜기 등과 달리 농부들이 가꾼 곡식과 채소를 해치지 않으니 염덕(廉德)이 있다는 것이요, 검(儉)은 집을 짓지 않으므로 검덕(儉德)이 있다는 것이며, 신(信)은 철따라 왔다가 서리 내리는 가을이면 떠날 줄을 아니 신덕(信德)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선시대 임금이 머리에 썼던 '익선관(翼蟬冠)'의 '선(蟬)'도 매미를 뜻한다. 더 나아가 익선관의 모양은 바로 매미의 양 날개를 위로 향하게 한 형상이다. 조정의 백관들이 머리에 썼던 관모(冠帽) 역시 매미의 날개 형상을 양옆으로 늘어뜨린 형상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왕과 백관들이 머리에 쓰는 익선관과 관모의 상징을 매미 날개로 한 것은 다름 아닌 매미의 '오덕'을 망각하지 말라는 뜻에서였다.
올 여름 폭염은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폭염보다도 더욱 짜증나는 일은 최근 잇따라 불거지는 일부 공직자들의 극에 달한 타락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연되어가는 몰염치다. 그래서 매미는 올 여름 폭염 속에서도 더욱 맹렬하게 울어대는지도 모르겠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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