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것도 습관이 되면 옳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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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것도 습관이 되면 옳게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
동아일보와 국가미래연구원이 지난 8월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베스트사이트에 의뢰해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77.8%가 이처럼 응답했다.
지난 추석 연휴 고속도로 귀경길 휴게소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제20대 국회가 개원한 가운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막말과 고성, 삿대질 등 스스로 언어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모습도 여전하다. 지난 8월26일 서울 홍대 앞 '클럽데이'가 끝난 거리에는 담배꽁초가 탄피처럼 널려 있고, 퀴퀴한 음식물 잔해와 클럽파티명이 적힌 종이팔찌, 홍보 단과 명함, 쿠폰 등이 바람에 흩날린다. 어느 해보다 찜통 더위에 가마솥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렸던 지난 여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경포대해수욕장은 밤새 백사장에서 술판을 벌인 피서객들이 버린 술병과 담배꽁초가 무질서와 혼잡의 극치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골목에 만연된 무질서한 주차,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심야폭주 음주운전, 대형차들의 안전 불감증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들, 공원 정자에서 대낮에 웃통을 벗고 술판 벌이는 노숙자와 취객들, 20대 아기 엄마가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던 50대 남성에게 다른 곳으로 가 담배를 피워 달라고 했다가 폭행을 당하는 나라 등등.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질서와 공중윤리의식이 허물어져 가는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정말 마음이 아프다.
"민중은 개 돼지"라는 발언으로 공분을 산 교육부의 모 정책기획관, 두 달 전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모 검사에게 폭언 및 폭행을 일삼은 한 부장검사 사건, 오피스텔 성매매 부장판사 사건, 수락산 등산로 살인사건,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벌어진 묻지마 여성 피살 범죄 사건, 4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구의 전철역 스크린도어 고장수리 작업자 사망사고, 성폭행과 몇 1만원 강탈을 위해 사패산 등산로에서 여성을 살해한 사건, PC방 갈 돈 2천원을 안준다고 장애인 아버지 때려 숨지게한 14세 아들 사건, 내연녀와 짜고 남편에게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을 넣은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40대 여성 사건 등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법과 기존의 질서 규범을 무너뜨린 잘못된 행위로 이미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사건들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전문직군별 강간 및 강제추행범죄 건수에는 종교인이 442건, 의사 371건, 예술인 212건, 교수 110건 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왜 우리 사회는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아니, 이 정도의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충격적인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의 희망이 붕괴되어 절망으로 가고 있다는 조짐마저 보인다고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공동체 규범이 붕괴된 실상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은 정치적 이념과 노선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각 이해집단의 기득권 유지로 "나와는 상관없어"라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 나도 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을 보듯이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다. 나부터 반성할 일이다. 우리 모두가 제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때이다.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무질서한 사회현상은 국민이 편안하게 사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 이기심이 발동하여 서로 앞 다투어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힘들어지고야 말 것이다.
혼탁한 세상에서 별별 괴상망측한 일들을 보고 듣다 보면, '그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잘못된 것이 옳은 것처럼 가장하고 우리 곁에 있게 해서는 안된다.
웃으며 같이 놀 때가 아니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고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생각해 보면 나와 네가 그렇게 만들어 가는데 일조는 하지 않았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이 가을에 조용히 기도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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