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그 쓸모없는 매력 포인트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문신! 그 쓸모없는 매력 포인트

최근 국가대표급 야구 선수 2명이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했다가 팔과 귀 뒤에 새겼던 문신 때문에 탈락하고 말았다. 두 선수의 탈락 소식은 개인은 물론 구단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말았다. 두 선수가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하지 못하면 현역으로 근무를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는데 그렇게 되면 기량하락은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다. 기량하락 뿐이겠는가? 본인들의 수입에도 막대한 불이익이 추가될 것이기에 두 선수는 몹시 다급해졌고 결국 아끼고 아끼던 문신을 제거하고 다시 도전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편의 코미디 같은 뉴스를 보니 나도 모르게 끌끌 혀를 차게 된다. '멋있어 보인다', '유행이다'며 무작정 따라했는데 순간의 즐거움이 인생 최대 걸림돌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어이없기 때문이다. 그 두 선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어른들이 하는 말을 귓등으로 들었거나,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았거나, 오만함이 이성을 제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신(文身, Tattoo)'이라는 낱말은 듣는 순간 보통 사람들을 움츠려들게 하고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대뇌 전두엽에 스치는 것은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들이다. 표정관리를 하며 '요즘 패션 문신을 이해한다'며 애써 태연한 체해도 내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불쾌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도대체 문신이 무엇이기에?
문신은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물감을 들여 글씨·그림·무늬 등을 새기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몸은 머리털 한 올 까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라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니라)라고 배워온 한국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문신은 단순히 신체를 훼손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이 문신이 의미하는 바는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하는 것에서 유래가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 형벌체계 중 하나인 경형이 이마에 먹물로 글자를 새기는 형벌이었고,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얼굴에 죄명을 세겼고 일본은 일본서기에 사형에 처할 사람을 문신형으로 감해준다는 내용이 있다. 한자 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두 문신은 형벌의 하나로 사용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신체에 범죄자임을 명시해서 평생 동안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형벌인 문신형이었기에 그 당시에도 이중 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을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큰 형벌이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약간은 억지 같지만 문신형을 굳이 요즘의 형벌에 비유한다면 평생동안 성범죄자가 착용해야하는 전자발찌급이 아니었을까?
그랬던 문신이 언제부턴가 패션 아이템이 되고 말았다. 이 문신의 미적허용은 17세기에 일본에 전파된 중국무협소설 수호전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수호전(水滸傳)은 체제전복(體制顚覆)을 꿈꾸던 108명의 영웅이 양산박이라는 요새에 모여 국가를 싸우다가 하나둘 죽고 하늘의 별이 된다는 이야기로 중국의 사대기서(四大奇書) 중 하나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영웅 중 봉술의 달인이었던 구문룡(九紋龍) 사진(史進)은 온 몸에 아홉 마리의 용을 문신한 사나이로 소설에서 그 활약상이 뛰어나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된다. 이 사진(史進)의 활약상에 감동받은 남자들이 문신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생겼고 이런 현상은 일본의 폭력조직인 야쿠자 사람들에게 실현돼 문신은 조직폭력배(줄여서 조폭)들의 상징이 되었고 이는 일본인들의 기피대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한국에 전파됐고 같은 이유로 기피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문신이 서양인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그림과 문자로만 보였나보다. 1990년대 초반 미 프로농구 NBA에서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괴짜 선수가 문신을 시작하면서 문신은 패션아이템이라는 이름으로 급속하게 번졌으며 스포츠 스타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거부감 없이 자신을 꾸미는 소재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는 문신이 마치 친구간 의리의 상징,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애정표현, 멋진 사람임을 과시하는 표시쯤으로 가볍게 취급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매우 걱정된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마저도 일본에서 경기할 때는 항상 긴팔 유니폼만을 입고 팔뚝의 문신을 가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문신이라는 것이 그렇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본인에게는 잠깐 만족스러울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일으키고 나중에 자신 인생 최대 걸림돌이 될지 모르는 문신에 대해 동경을 할지언정 실천은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전신문신을 했더라도 요즘에는 현역 입영대상자가 부족해서 군무기피목적 문신이라서 실형을 받게 되며 형기를 마치면 다시 군대가야한다. 결국 문신해서 군대 안 가려다가 오히려 감옥 가고, 군대 가고, 몸에 문신만 남는 인생 막장행 열차를 타게 된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문신의 긍정적 효과는 대머리가 문신해서 삭발한 것처럼 위장효과를 내는 것 외엔 없는 것 같다.
문신!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실수로라도 하지 말자.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