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이 나타난 것은 이로부터 훨씬 뒤의 일로, 음양과 합해져 우주에 두루 퍼져 있는 충만한 다섯 가지 기(氣)로 발전한다. 이 '음양오행설'을 맨 처음 체계화한 이는 중국 제나라 사람 추연(鄒衍)이었다고 한다. 그 뒤 송나라 때 주돈이(주자)가 '태극이 음양을 낳고 음양이 5행을 낳는다'는 구도로 음양오행을 이해하면서 성리학의 기초로 삼는다.
요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오방색(五方色)은 원래 이 음양오행론의 오행론(五行論)에 그 근거를 둔다.
오행(五行)이란 온 세계 만물을 구성하는 '나무목(木), 불화(火), 흙토(土), 쇠금(金), 물수(水)' 등의 다섯 요소를 말한다. 이를 색깔로 말하면 오색(五色)이 되는데,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이다.
한편 오행은 다섯 가지 방향을 뜻하기도 하는데, 청색은 동쪽, 백색은 서쪽, 적색은 남쪽, 흑색은 북쪽을 의미한다. 또 그 중심에는 황색이 있다. 중국 황제의 옷 색깔이 황색인 것은 만물의 중심, 즉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에서라고 한다. 이로서 오색은 오방색(五方色)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 때 광화문 광장에서 이 다섯 가지 색의 비단으로 만든 전통 주머니인 대형 오방낭(五方囊)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연 적이 있다. 이름 하여 '희망이 열리는 나무' 행사였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구경하던 시민들은 앞 다퉈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걸린 오방낭을 정신없이 떼어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으로 오방낭은 복을 담는 주머니로 여겨졌다. 이 주머니를 만들 때는 오방색이 의미하는 각각의 방향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앞면에는 예쁘게 수를 놓아 글자를 새기기도 했다. 매년 음력 정월의 첫 해일(上亥日, ‘첫 돼지날’이라고도 한다)에 아이들에게 주기도 하는데, 액운을 피하고 복을 받으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오방낭 행사에도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온 국민들이 패닉에 빠졌다. 최순실의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 PC에서 이 오방낭 사진 파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때 사용된 오방낭은 전통적인 오방낭과 색깔배열이 달랐다고 한다. 황색을 중심으로 적, 백, 흑, 청순이어야 하는데 황색을 중심으로, 적, 흑, 백, 청순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최순실이 우리의 전통색깔까지 종교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문화유산까지도 국정농단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취임식 때부터 사술에 빠져 민족전통을 악이용한 꼴이라니 억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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