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인(半神半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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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반인(半神半人)>

얼마 전 한 신문에 실린 칼럼 내용이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박근혜 퇴진은 '박정희 신화' 청산 계기 돼야'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필자는 "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민주세력은 박정희 신화와 싸우고 있다."고 글을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박정희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모두 놀라겠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겸양'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다시 말해 대구·경북에서 박정희는 "온전한 '신'이요, '샤먼'이며, 따라서 박정희 초상 앞에 촛불을 켜놓고 기복(祈福)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일'은 박정희 신화는 비판하면 할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점이요, 신화의 세계에 있는 만큼 박정희는 어떤 대화와 토론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필자는 우려했다.
경기도 군포 지역구를 버리고 고향을 찾은 더불어 민주당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도 소개했다. 김 의원은 박정희 신화와 싸우기 위해 '고육지계'를 썼다.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만들어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를 제안한 것이다. 야당 후보가 무슨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을 제안한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할 수 있겠으나, 필자는 '의표를 찌르는 제안'이라고 말한다. "김부겸 의원의 의도는 박정희를 신화의 영역으로부터 역사의 영역으로 끌어내리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정희를 역사의 세계로 불러내, 그를 신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차근차근 그의 행적을 역사적으로 따져보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렇듯 대구·경북에서는 신화가 된 박정희와 싸우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게 필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필자는 이번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박근혜 스스로가 박정희 신화를 깨는 일"로 보았다. "박근혜는 박정희 신화로부터 걸어 나온 '신의 딸'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판단이 아니라 아버지의 신탁(神託)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의 언어는 아버지의 그것이고, 그의 국가관도 아버지가 끌고 가던 유신체제의 그것이다. 박근혜는 아버지의 시대에 성장이 멈추어버린 신의 딸이다. 그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여 좋은 사람을 곁에 두지 않았고, 국가와 개인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시대착오적 국가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랏돈을 빼돌려 최순실에게 주어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고,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에게 냉혹한 보복을 하였다. 박근혜를 지배한 것은 박정희의 신탁이었다. 그가 재벌들을 불러놓고 거래를 하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버지가 하던 방식대로 권력을 휘두르다 파국을 맞이했다."
필자는 경향각지의 시민들이 그동안 환하게 켠 촛불이 박근혜의 추한 모습을 들춰냈고, 그것은 바야흐로 박정희 신전의 어둠도 걷어내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박근혜의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는 발언들을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짚어서 정리하고 평가하고 징벌하는 작업을 통해 그것이 박정희의 신탁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지, 그렇지 못한다면 박정희 신화가 다시 부활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의 말이 백번 옳다. 추운 겨울 전국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수백만 촛불과 횃불이 내품는 뜨거운 함성조차도 진영논리에 가두려드는 유신시대의 망령을 이제야말로 청산해내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미래는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박정희 신화와 싸우는 일은 그래서 대구·경북의 민주세력만이 아니라 지금 광장에서 나가있든 마음으로든 촛불과 횃불을 든 시민 모두가 해내야 할 당면한 시대적 책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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