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러시아 국립과학원 인류학연구소 등이 참가한 국제공동연구진이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에 위치한 '악마 문 동굴'(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고대 동아시아인의 게놈(유전체)을 해독한 결과가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연구팀은 9천년 전부터 7천년 전 사이 인간이 거주했던 악마 문 동굴에서 5명의 유골을 발굴해, 그중 상태가 좋은 20대와 40대 여성의 두개골 게놈 정보를 분석했다고 한다. 이것을 고대 인류와 현대인 수백명의 게놈과 비교한 결과, 악마 문 동굴 거주인들은 현재의 한국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 바로 갈색 눈과 삽 모양의 앞니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우유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전자와 고혈압에 약한 유전자, 몸 냄새가 적은 유전자 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려 7,8천년을 거슬러 올라가 한국인의 기원을 고구려와 부여, 옥저가 지배했던 두만강 위쪽에서 찾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 모양이다. 현대 한국인은 남방계와 북방계 아시아인이 융합된 유전체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특히 남방계 아시아인 게놈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에서는 악마 문 동굴인과 현존하는 아시아의 수십개 종족의 게놈을 비교한 결과 현대 한국인의 게놈은 악마 문 동굴 거주민과 현대 베트남과 대만에 고립돼 살고 있는 원주민의 게놈을 결합시킬 경우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의 뿌리는 수천년 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융합하면서 구성됐다는 사실이 게놈 분석으로 규명됐을 뿐만 아니라, 현대 한국인의 실제적 유전적 구성은 남방계 아시아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수렵 채집이나 유목을 했던 북방계 민족보다 정착농업을 하는 남방계 민족이 더 많은 자손을 낳고 빠르게 확장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사실 그동안 고고학계에서 한국인의 뿌리는 알타이산맥에서 도래한 북방계를 주류로 보아왔다. 한국인의 70~80%는 북방계, 20~30%는 남방계로 분류한 연구결과도 있다. 정설은 북방계와 남방계가 섞여 형성됐다는 설이지만, 이번에 최초로 이뤄진 유전자 해독결과는 북방계보다는 남방계에 더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어쨌든 이번 연구 결과는 고대인의 유전자를 통해 한국인의 유전적 뿌리를 밝힌 성과라고 한다. 또 한국인과 일본인의 '이중(二重)기원설'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라고도 한다. 즉 한국인이나 일본인 모두 3만~4만 년 전 현생 인류의 조상이 동남아시아에서 극동아시아로 이동해 정착했고, 이들이 1만 년 전 농경이 시작되면서 새로 남쪽에서 올라온 무리와 섞였다는 것이다. 이중기원설이 입증되려면 앞으로 더 많은 북방계인의 DNA 분석 결과가 있어야 한다지만 이번 연구결과만으로도 동아시아인끼리는 단일 민족이라고 해도 될 만큼 내부 동일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다문화가 대세다.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특히 영암군은 전남지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대불국가산업단지 등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배척할 이유는 이래저래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이다. 사실 동아시아인들만 단일 민족이어선 안 된다. 지구인 모두가 단일민족으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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