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으로 먹고사는 영암'만들기 모두가 나서 고민해야
다시 '국립공원 월출산'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강진 월출산'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엊그제까지 국도 13호선을 따라 곳곳에 나붙은 '강진 월출산 봄 소풍 가는 날'이라는 현수막을 본 이하남 의원이 "월출산은 영암군의 상징이자 자랑"이라며, "'영암 월출산'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뜻을 모으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3월15일 오전 열린 제247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립공원 월출산에 대한 영암군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영암군의 상징이자 자랑인 월출산을 강진군이 '봄 소풍 가는 날' 행사를 추진하며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강진군이 이처럼 월출산을 계속 활용하고 홍보한다면 영암 월출산이 강진 월출산으로 인식이 뒤바뀌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월출산은 영암군의 노력으로 1988년 6월 1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우리 영암군의 상징이고 영암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氣)의 고장으로 말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영암군도 국립공원 월출산을 영암군민의 영원한 영혼이고 자랑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영암이라는 지명을 삽입한 월출산 자료집도 만들고 월출산 큰 바위 얼굴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국립공원 월출산 면적의 70%가 영암군 면적인 만큼 더 이상 영암 월출산의 위상이 훼손 되어서는 안 된다. 군과 의회, 기관단체가 영암 월출산 보전 미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영암 월출산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뜻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의 지적은 '강진 월출산'을 곧 '영암 월출산'의 위상 훼손으로 연결 짓고 있다는 점에서 그 논리에 다소 무리가 없지 않으나, 영암군에 가장 시급한 지역창업(地域創業)의 과제를 거론한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할 것이다.
강진군은 올해 2017년을 '강진 방문의 해'로 정했다. 비단 이번 '강진 월출산 봄 소풍 가는 날' 행사 뿐 아니라, 올 들어 거의 매월 또는 매주, 관광이벤트행사가 기획되어 전남도내 주요도로 곳곳에는 이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강진 월출산 봄 소풍 가는 날'은 수많은 이벤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면적의 불과 30%만 걸쳐 있는데도 월출산이 '강진 월출산'인양 관광객 끌어 모으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를 '영암 월출산'의 위상을 훼손한 것으로 보았지만, 강진군의 입장에선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영암군과 영암군의회다. 강진군이 월출산을 활용하고 있을 때 면적의 70%를 차지한 영암군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책임에서 두 기관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5분 발언의 취지는 본보가 지난 2011년부터 제기(5월20일자 기획보도 참조)해온 '월출산으로 먹고사는 영암'을 만드는 일에 더는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는 명제(命題)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본보는 당시 기획보도에서 '나비'를 소재로 함평군을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부각시켰던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지적을 소개했었다. 이 전 군수는 "영암에는 월출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월출산 하나면 영암군이나 군민들은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까지 아껴둔 국립공원이었다면, 이제부턴 지역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본보는 강조했다. 아울러 '큰 바위 얼굴'을 영암군과 군민의 자산으로 활용할 것도 제안했었다.
고속국도 10호선인 남해고속도로 '영암∼순천' 구간을 따라 달리다보면 강진 나들목(IC) 바로 전 표지판에도 '강진 월출산'이라고 쓰여 있다. 개통 당시 본보는 "나들목 개설, 왜 영암은 안 되나?"는 물음을 지역사회에 수없이 되물으면서, 이 표지판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 때도 영암군은 물론 영암군의회 모두 침묵했다. 이 의원이 '영암 월출산'의 위상을 훼손한 것으로 보았던 '강진 월출산 봄 소풍 가는 날'은 영암군과 영암군의회의 소극적 자세 내지는 이런 부작위의 결과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은 '월출산으로 먹고사는 영암'을 만드는 일이 지금도 늦지 않은, 영암군의 여전한 최대현안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이 의원의 지적처럼 누가 뭐래도 국립공원 월출산은 영암군의 명산이다. 그러나 그냥 자부심만 가져선 이 의원 지적대로 '강진 월출산'으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월출산으로 먹고사는 영암'을 만드는 일은 가장 먼저 군정책임자의 진중한 의식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나비'를 소재로 함평군을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부각시킨 것은 군정책임자의 탁월한 아이디어와 추진력 덕택이었다. 월출산 자료집을 내거나 보전위원회를 꾸리는 일보다도 어떻게 월출산을 활용할 것인지 각계각층으로 구성한 싱크탱크의 자문을 구할 필요가 있다. 영암읍 상수원 때문에 폐쇄된 '월출산 큰골 등산로 복원'도 가능한 일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정봉 '큰 바위 얼굴'로 가는 가장 빠른 등산로이자 용암사지 삼층석탑과 마애여래좌상 등 수많은 불교유적이 남아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상수원보다 더 큰 이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이 '월출산으로 먹고사는 영암'을 만드는 출발점이자, 이제껏 아껴둔 국립공원을 지역을 위해 활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