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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 국민의 주식(主食)이 뭘까? 당연히 '쌀'이겠거니 하겠지만 이제 바뀌었다. '돼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6년 쌀 생산액은 6조4천572억원에 달했다. 전년 7조6천972억원에 비해 무려 16%이상 줄었다. 반면 돼지 생산액은 6조7천702억원으로 추정됐다. 추정치이기는 하나 올해도 돼지 생산액(6조6천3억원)이 쌀(6조5천372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식인 쌀이 농축산물 생산액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한민족 5천년 역사상 처음이다. 양돈 농가의 174배에 달하는 쌀 재배농가이기에 우리 농업정책의 중심은 당연히 쌀이었지만 이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 2016년 돼지 생산량은 88만2천톤으로 추정된다. 10년 전인 2006년 67만7천톤에 비해 무려 30.3%나 증가했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2006년 18.1kg에서 2016년 23.3kg으로 28.7% 증가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쌀 소비는 어떨까? 그야말로 해마다 뚝뚝 떨어지고 있다. 올해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0㎏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양곡연도(2016년11월~2017년10월)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59.6㎏으로 추정한 것이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은 120g가량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59.6㎏을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63g정도다. 이를테면 우리 국민은 하루에 밥 한 공기 반도 채 먹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쌀 소비가 최대치였던 때는 1970년으로 하루 373.7g을 소비했다. 보릿고개로 대변되던 배고픈 시절의 쌀소비량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012년 70㎏대가 붕괴한 후 5년 만에 또 앞 자릿수가 바뀌었다. 우리 국민의 연간 쌀 소비량은 1984년(130.1㎏)부터 30여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줄곧 하락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런 추세대로라면 1인당 쌀 소비량은 2027년 47.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쌀이 주식의 지위를 잃은 직접적인 원인은 가격 폭락 때문이다. 지난해 쌀값은 농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3만원 밑으로 떨어지며 21년 만에 최저치였다. 이로 인해 정부가 농가소득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쌀 변동직불금 예산이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한도인 1조4천900억원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식 자리를 돼지에 내준 쌀은 소에게도 추월당할 처지에 있다. 지난해 국내 한·육우 생산량은 23만1천톤으로 2006년 15만8천톤에 비해 46.2%나 급증했다. 한·육우 생산액은 2006년 3조2천740억원에서 지난해는 4조4천600억원으로 36.2% 증가했다. 쌀값이 이런 지경이라면 한·육우에 2위 자리까지 내줄 판이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가는 쌀이니만큼 그 대접도 점점 소홀해져간다. 당장 우리 농업정책의 중심에서 밀려나야할 처지다. 논에 벼만 재배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지적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배해보았자 소득이 해마다 떨어지니 고소득 대체작목을 생각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쌀 산업을 포기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포기할 순 없다. 다름 아닌 우리 국민의 식량주권에 최후 ‘보루(堡壘)’이기 때문이다. 소비 감소로 주식의 지위를 점점 상실해가는 만큼 생산조절제 등을 통해 적정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지, 쌀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판단을 내려서는 위험하다. 더구나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를 방관할 일이 아니다. 기능성 쌀 등 소비 확대를 위한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주곡이 밀과 쌀인 이집트와 필리핀이 농업을 버리고 산업화를 택한 후 받은 대가는 처절했다. 두 나라가 포기했던 두 곡물의 '복수'는 가혹하기조차 했다. 해마다 내놓는 정부 정책에서 점점 자포자기 냄새가 나는 우리 쌀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제발 애정을 갖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쌀 산업 대책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고대한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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