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국민이 속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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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국민이 속았을까?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목마른 대지는 모처럼 갈증을 풀었다. 마음에 불길이 일던 농부들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져 여유가 생겼다. 가뭄이 들면 사람도 짐승도 사나워진다. 물이 없으면 생존을 위협 받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가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대통령은 탄핵 당해 감옥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다. 혹자는 불행한 일이라 말을 하지만 사필귀정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정치는 속고 속이는 야바위판이 아니다. 마키아벨리가 정의한 권모술수(權謀術數) 정치는 야바위판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가 다 그렇다. 다만 격이 다를 뿐 정직한 정치는 드물었다. 권모술수 정점에 서 있는 미국 정치지만 미국 정치는 정직을 가장 중시한다. 우리는 정치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속이면 그만이고 들통 나면 그때 가서야 가벼운 처벌을 받으면 된다는 부정직성이 뿌리 깊다. 오죽하면 '내로남불' 사회가 됐을까!
촛불집회로 보여준 우리 국민은 세계 일류이다. 그도 다른 일류와는 차이가 큰 일류였다. 정치는 늘 국민들 발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과 정치는 민심을 반영하지 못해 쳇바퀴 돌기 일쑤였고 역주행이 다반사였다.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민심을 따라잡지 못한 정치가 삼류였던 이유이다.
"국민도 속고 국민의당도 속았다."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버전이다.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습니다." 박정희에 대한 환상마저 산산조각 내버린 박근혜씨가 한 말이다. 착각이다. 이 말들은 철면피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왜? 신을 속이기만큼 어렵다는 자신을 속이고 국민을 속인 것이지 자신과 국민이 속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미에 의한 대통령 아들 증언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 지지율은 불과 3.4%로 내려앉았다. 박근혜 지지율과 어깨를 나란히 한 추락이 아닌 몰락이다. 이 정도면 석고대죄하고 당을 해체해야 하는 게 맞을 텐데 변병에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무도 관여한 바가 없고 이유미 단독 범행이다." 어린아이도 비웃을 만한 자체 조사 결과이다.
이게 있을 법한 이야기인가? 공작정치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참으로 암울하고 끝이 안 보였던 공작정치 시대에도 모든 정보와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정보부나 검찰 같은 정보기관만이 조작 사건을 만들 수 있었다. 정당 차원에서 기획해서 집행하기도 쉽지 않은 일을 신생정당, 일개 당원 혼자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됐어도 무효가 될 수 있는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건 '개인적 일탈'이라는 새누리당(한라나당) 버전이며 박근혜 버전이기도 하다.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데에 용기가 필요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 하는 데에도 시기와 용기가 필요하다. 국민의당이 창당해 처음 치른 국회의원 선거 때 홍보물 리베이트에 얽혀 처벌을 받았더라면 이런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 범죄 불감증과 집단 체면에 빠지지 않았는지 지금이라도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한 번은 사퇴 했었지만 대통령 선거에 두 번씩이나 출마한 안철수 전 대표에게 국민들은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본인이 영입했고 애제자라는데 본인이 살 길을 찾기 위해 정치 신인이자 어린 제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입을 닫아걸어 버린 안철수 전 후보는 정치도 좋지만 사람됨이 무엇인지 더 공부해야 한다. 이런 때 침묵은 금이 아니다. 안 전 후보가 사과를 하든지 사과를 하지 않든지 정계를 은퇴 하든지 안 하든지 처벌을 받든지 안 받든지 정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이제라도 안철 수 전 후보와 국민의당은 국민과 호남 유권자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 구태 정치만도 못한 이런 안철수 정치가 새정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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