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한 달여의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각자의 계획과 목표가 있겠지만 어떤 학생들에게는 말 그대로 야~놀자 여름방학이 될 것이고 또 어떤 학생에게는 부족한 학과공부를 보충하는 실력 충진의 시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학생들에게는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방학은 밀린 학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이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인성을 개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서강대학교 최진석 교수는 인문학에 대해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였다. 인문학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온 역사와 생각하는 방법인 철학,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문학 등을 학습하고 그 속에서 좋은 안목과 통찰력을 길러 자신이 살아가야할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만들어가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며 인성교육의 바탕이 된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이 지식의 축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면서 좋은 인성을 기르는 것이라면 이번 방학 때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와 건강한 삶을 위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참 좋은 일이 되겠다.
인문학적 소양은 책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진 않는다. 청소년들이 좋은 품성을 기르고 타인을 존중하며 상식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갖는 사람으로 자라는데 있어서 우선 중요한 것은 부모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어떤 이슈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말투, 행동양식, 자세, 남을 대하는 태도 등을 보며 정체성 확립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자녀들에게 약한 사람은 도와야 한다고 하면서도 노상의 뙤약볕 아래 행상인 흙투성이 할머니에게 기어이 감자 한 알을 더 받아내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말과 행동의 모호함을 심어주고 정체감에 혼란을 주게 된다. 자녀들의 인성개발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도 참 중요하다 하겠다.
어떤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영특하고 학업에 뛰어나 모든 부모와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대한민국 최고의 법대를 진학하였다. 아직 새파란 나이에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패스하여 ‘소년등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갓 22세의 나이에 ‘영감님’ 호칭을 듣게 되었다. 50세가 넘도록 승승장구 수직승진을 하였으니 그 인생 자체가 얼마나 화려했겠으며 그의 부모들은 또 얼마나 자랑스러웠겠는가. 그러나 한 때 교만함으로 유명했던 이 사람의 현재 처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젊은 시절 그의 책장에 법전만이 아닌 인문학 서적을 부모님이 슬며시 끼어 주고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지에 대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간간히 대화라도 나눴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공의 패러다임이 바뀐 지 오래다. 공부로 성공하는 시대에서 창의적 발상,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통해 인간애에 바탕을 둔 자신만의 스토리로 성공하는 시대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술, 품질, 경쟁력 면에서 세계 우위에 서있다. 근래 들어 삼성그룹의 인적성시험인 SSAT에서도 공간감각능력의 측정과 문학 등의 시험문항을 확대하였으며 다른 대기업에서도 한국사, 로마사 등의 역사 문항이 제출되었다. 이는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그것을 운용하고 영업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들이 고객을 대할 때 인문학적 소양이 깃든 좋은 인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의 좋은 방법은 부모가 보여주는 가치관과 함께 인문학이 바탕이 된 의식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무엇이 행복한 일인가, 가치로운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사고를 확장시키면서 인문학에서 답을 찾게 하는 것이다. 올해 여름 방학에는 우리 청소년들이 인문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부모님과 함께 인근에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유적지를 답사하며 독서와 봉사, 동아리 모임 등을 통해 자신과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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