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향세를 국정과제로 삼을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매우 열악하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실정이다. 특히 재정자립도 최하위인 전남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평균 50% 정도의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는데, 전남의 경우 평균 14~16%에 불과하다. 신안 구례 진도 등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전남의 22개 시군 중 지방세로 시군청 직원의 인건비를 줄 수 있는 시군이 4개 시군 정도이다.
일본에서도 대도시권과 농촌의 지방재정 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대안으로 고향세를 2008년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운영방식을 보면 개인이 특정 자치단체를 지정, 고향세를 납부하면 중앙정부는 일정금액의 소득세 공제를 해주고, 거주지 자치단체인 주민세 감액을 기부 받은 자치단체는 기부자에게 답례품(지역 농수축산물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농어촌 지자체의 세수확보는 물론 이를 통해 농수축산물의 소비확대, 도농간 교류 확대 그리고 농촌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기부건수과 기부액은 매년 증가 추세이다. 2008년 5만여건에 81억엔 정도였는데 2016년에는 750만여건에 1천512억엔(약1.6조원)에 달한다. 고향세는 인구 감소로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호응이 저조했다. 하지만 세금 혜택을 늘리고 답례품이 다양화 고급화 되면서 갈수록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차원에서 2009년과 2011년에 고향세 도입 법안이 발의됐으나 조세 충돌 문제와 수도권 및 도시권 지자체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후 농촌지역 광역자치단체가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의 건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공약에 고향사랑 기부제도가 채택되고,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됨으로서 고향세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물론 고향세 도입에 따른 찬반 양론이 상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지방과 농어촌 지역의 재정력 격차해소,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진흥활성화 효과, 기부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향심 고취 등 긍정적 효과를 주장한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행정서비스를 제공받는 주민이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수익자부담원칙의 위배, 비영리단체·취약계층 등에 대한 기부 축소, 도시지역 지자체의 세수감소 가능성 등을 우려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은 조세방식 보다는기부방식에 중점을 두고 합리적 안을 도출할 경우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여진다.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입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단순히 지방재정의 확충효과와 더불어 고향세 제도의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 특산품 등의 판매확대에 따른 고용창출과 도·간 교류확대에 따른 관광산업 활성화는 물론 귀농·귀촌 유도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 특산품의 홍보 및 지역브랜드 강화는 물론 타 지역 특산품과 차별화를 위한 지자체별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특산품 외에 그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한 시설 이용권, 상품권 등의 서비스로 연계해 관광객 유인책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고향세가 자리 잡으면서 농축산물 소비까지 덩달아 왕성해 졌다고 한다.
고향세 제도는 빈사상태있는 자치단체 재정의 보강과 이와 연계된 부수효과가 크다. 실보다 득이 많은 제도이다. 지방화시대 지방의 튼튼한 기초 없이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미래발전을 기약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우리도 고향세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농어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일본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다. 지방의 재정 자립도도 참담한 수준이다. 정부나 국회가 한국형 고향세를 추진해 우리네 고향에 생기를 불어넣었으면 한다.
고향세는 기부자에게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부진해진 농축산물의 소비촉진과 함께 지역균형 발전까지 기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예상된다. 고향세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토대가 되는 만큼 이번에는 꼭 도입될 수 있도록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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