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바는 전라남도 무안지방에서 살았던 거지 대장 천장근을 소재로 한 마당극 형태의 연극이다. 주인공 천장근은 목포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하다가 일본으로 실려가는 공출미 때문에 파업을 일으켜 수배를 받던 중, 피신하여 거지가 된 사람이다.
그는 걸인 100여명을 모아 천사회를 조직하여 스스로 대장이 되었다. 민폐를 끼치는 자는 엄하게 다스리는 등 걸인으로서 규율을 세웠다. 6·25 때는 좌익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인을 잃었다. 그의 치열한 저항정신과 격동기를 살아온 민초들의 애환을 극으로 승화시킨 것이 품바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무안지방에서 의사로 일하시면서 실제로 거지들을 치료도 하고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어른을 이곳 미국에서 뵌 적이 있다. 이 분로부터 거지 대장 천장근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품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품바연극이 처음 시작된 것은 외지에 유학하던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와 천장근을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들어 공연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아마추어 수준의 엉성한 연극이었다. 최시라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 제대로 된 극이 되었고, 1981년 무안군 일로읍 공회당에서 첫 공연 되었다. 이 연극이 지방에서 인기를 끌게 되자 서울에 알려지게 되었다. 서울로부터 초청을 받아 공연을 했는데 공전의 히트를 쳤다.
1981년부터 시작된 품바공연은 오늘까지 5000회 이상 공연을 하여 2백만이 넘는 관객이 관람을 했다. 1996년에는 최초 최다 공연, 최대 관객동원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품바 거지와 고수 두 사람이 이끌어가는 이 극은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 차있다. 1인 14역을 맡은 각설이의 걸죽한 입담과 타령, 고수의 신명나는 장단, 관객을 참여시키는 마당극 형식이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을 잊고 연극에 빨려들게 한다.
아내가 죽었을 때 "하나님, 당신이 필요해서 데려가셨겠지만, 내게는 더 필요한 사람이라"고 울부짖는 광경. "느그들이 거지를 멸시해! 그러면 못써. 거지들 때문에 느그들이 우쭐댈 수 있고, 거지들이 있어 느그들이 목에 힘을 주고 사는거여."하는 대목. "세상에서 제일 빠른 것은 배고파 오는 시간이고, 제일 아름다운 것은 배고픈 사람에게 적선하는 것이라"는 대사는 지금도 기억에 뚜렸이 남아 있다.
연극의 내용도 훌륭했지만 내가 이 공연을 보면서 감동한 진정한 이유는 그들의 직업정신이었다. 몇 사람 되지 않은 관객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해 열연하던 그들의 모습은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온 힘을 다 해 몰두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흔든다.
품바공연이 그렇게 오랫동안, 그토록 많은 관객을 모으는 것은 연기자들의 장인정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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