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도와 지역의 대응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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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저임금제도와 지역의 대응을 지켜본다

#1. 미암면에서 6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A(53)씨는 금년부터 홀에 직원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주방과 홀에 각각 직원 2명을 두고 일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직원이 점점 줄었다. 그나마 자기 건물이라 임대료 부담이 없어 근근히 버티는 중이다. 그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안 그래도 어려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더 힘들 것"이라고 한숨을 쉰다.
#2. 대불공단에서 12년째 자재유통업체를 운영하는 B(57)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 걱정 때문이다. 그는 3D 업종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숙식비를 따로 주지 않으면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해 사람을 더 뽑을 수도 없다. B씨는 "이도저도 못하고 그냥 고민만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벽두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된다. 지역 경제계는 ‘고용 한파’와 ‘물가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며 걱정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한동안 지역 경제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작년인 2017년보다 16.4% 오른 7천530원이다. 이는 2000년도 이후 사상 최대 인상 폭이다. 인상 폭만큼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인건비를 줄이려고 아등바등 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 식당과 편의점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인 결제시스템’ 가격을 알아보고 있다. 무인 주문기는 1대당 1.5명의 인건비 절감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서다. 우리 지역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 그런가 하면 피시방과 당구장, 커피 전문점 등은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제품이나 서비스가격을 올리려 한다. 반면, 지역 제조업체들은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과 식비 등 복리후생수당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 상 최저임금 범위는 기본금과 월 고정금액만 인정한다.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어 갈등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득주도성장의 기본원칙은 아주 좋은 것이다.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 로 적용대상은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다. 하지만 매출액 5억원 미만 사업체가 전체의 90% 가까이 되고 종사자가 50% 가까우며, 비정규직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고 일용자 비율 또한 이를 웃도는 우리 전남 및 서남권 더 구체적으로는 영암군으로서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액이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으로 상당히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일자리를 앗아가는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 우려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 또한 편의점과 음식점 등 단기근로자를 채용해 대다수가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업종 등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제외돼 모두가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근로자는 마냥 행복할까? 저임금에 시달리는 지역 근로자 입장에선 어느 정도의 임금인상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상당수 중소업체들의 경우 인건비 증가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직원을 감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은 서민층 생활 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맞다. 사회적 공감대도 이미 폭넓게 이뤄져 있다. 특히 타 지역에 비해 근무여건이 열악한 우리 지역 근로자에게는 임금 인상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정부 지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라남도, 영암군을 비롯한 유관기관들이 중소기업의 경영난 완화와 고용시장 안정을 위한 지역 맞춤형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영세업체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다른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움직임이 어떤지 학습하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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