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을 위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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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을 위한 정치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내일 아침에도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 경에 출발하는 그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만에 신도림과 구로 시장을 거칠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사이 그 복도 길까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새벽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서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에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이 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고 노회찬 의원님께서 2012년 진보정의당 당대표를 수락하시면서 하신 연설문의 일부분입니다.
고인이 되시고 난후 유명해진 이 연설문의 요지는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런 투명인간들을 위한 정치가 진정한 정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이 명연설을 저는 영암군의원이던 시절 진보정의당 당대회에서 직접 들었습니다.
심장이 뛰는 감동을 받아 그 말씀을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도의원에 당선된 직후 엄청난 비보와 함께 이제는 영상으로 듣게 된 이 연설은 한눈팔지 말고 의정활동을 하라는 의원님의 호령같았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투명인간들.
아이들의 급식을 위해, 또는 직장인들의 급식을 위해 이 무더위에도 뜨거운 주방에서 일해야하는 맞벌이 주부들,
대불공단 노동현장에서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노동부와 상담기관들을 쫓아다니고 있는 아버지들,
밤샘을 하며 아르바이트로 용돈과 학비를 대고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들,
어른이 만들어 놓은 교육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주변을 배회하는 학교밖 청소년들,
우리의 관심밖에, 아니 어쩌면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노회찬의원님이 말씀하신 투명인간이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아주 커다란 투명인간이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 뿐만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도 등장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국민. 바로 농민들입니다.
많은 유럽의 선진국들은 자국 경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농업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돌아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이라는 논리에 항상 뒷전에 밀리고 있는 농업과 농민들.
이런 투명인간들이 행복해야 진정 행복한 사회이지 않을까.
고 노회찬의원님의 빈소를 찾아 주셨던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맞으며 가슴에 담았던 다짐들.
이 투명인간들이 손닿을수 있는 곳에 함께 있고 이들의 말을 들을수 있는 곳에 함께 있는 것이 나의 의정활동이어야 한다고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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