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프랑스어 쿠데타(coup d’Etat)는 영어로 'coup'이다. 쿠데타라는 뜻도 있지만, 이보다는 '장사나 사업에서의 대성공 또는 대히트'를 뜻한다. 요즘말로 '대박'이다. 정치학에서 쓰는 쿠데타는 '국가에 대한 일격 또는 강타'(stroke of state, blow of state), 다시 말하면 주로 비합법적인 무력 또는 군사적 수단으로 정권(政權)을 빼앗는 것을 말한다. 쿠데타를 일으킨 몇몇 정치군인들에겐 성공만하면 한 나라를 장악할 수 있으니 '쿠데타=대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쿠데타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대가 움직여야 한다. 전부일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군대의 극히 일부가 움직인다. 주요 국가 동의도 필수적이다. 우리 같으면 미국을 말한다. 이 두 요소가 갖춰지면 대통령, 공항, 언론, 금융기관 등을 모두 장악해야 한다. 오늘날은 사회구조가 매우 복잡해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소가 더 필요하겠지만 다른 국가기관의 장악은 시간문제인 점에서 이정도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
쿠데타 형식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여러 견해가 있으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론은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이 말하는 세 가지 유형이다. 즉 '변혁적 쿠데타', '친위쿠데타', '反대중쿠데다' 등이다. 변혁적 쿠데타는 군이 무력을 동원해 정권을 장악한 경우다. 친위쿠데타는 장기집권이나 이미 들어선 군사정권의 수호를 목적으로 한 쿠데타를 말한다. 反대중 쿠데타는 부당한 권력에 반발한 대중들의 집단적인 저항의 움직임을 억압하기 위해 일으킨 쿠데타를 말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새뮤얼 헌팅턴이 말하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쿠데타를 모두 경험했다. 변혁적인 쿠데타는 박정희의 5·16에서, 친위쿠데타는 역시 박정희가 저지른 1972년 유신쿠데타에서, 反대중쿠데타는 1980년 전두환 일당이 일으킨 5·17 쿠데타에서 온 국민이 전율하며 체험했다.
박근혜 정권 때 촛불집회를 진압하기 위해 위수령과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기무사 문건이 드러나 온 국민이 경악했다.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국군 기무사령부는 지난 2017년 3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통해 위수령과 계엄령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일어날 국민들의 반발을 제압하기 위해 특전사와 기갑여단, 기계화사단 등을 동원해 광화문과 여의도에 배치하고, 기무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경찰권과 검찰권을 군이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헌팅턴의 분류로 따지면 박근혜 정권을 수호하려는 친위 쿠데타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문건의 작성자와 지시자 등을 밝힐 것을 지시했다. 또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와 기무사,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군은 전쟁 외에는 어떤 경우라도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하마터면 광주항쟁과 같은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가 드러났으니 문 대통령의 조치는 지극히 당연하다할 것이다. 국민들의 평화로운 집단행동에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발상. 이는 그 자체가 불법이자,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