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의 특징은 그 어느때 보다도 지방정계에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것이다. 전남의 경우를 보면 광역단체장인 전남지사가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었고 기초단체장은 22개 시군 중 12개 시군(55%), 지방의원은 광역의원 58명 중 41명(74%), 기초의원은 243명 중 128명(53%)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었다. 이처럼 대폭적인 물갈이를 하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의 정치환경의 변동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변화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표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아 지방의회에 진출한 지방의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지방의회가 개원이 되면 의원들은 제일 먼저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주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의원선서를 한다. 선서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지방의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해야 할 일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이번 선거에서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한 초선 의원들을 보면 정말 열심히 잘해보겠다고 다짐을 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최근 영암군민신문에 게재된 영암군의회 정의당 소속 김기천 의원의 초선일지를 읽고 초선의원으로서 의지와 각오를 피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초선의원들이 집행부가 제출한 자료를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꼼꼼히 검토하고 의심나거나 잘 모르는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 등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지방의회가 달라 질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늘 처음처럼 해야 한다는 말도 자주한다. 잘해 보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의원들의 성공적인 의정활동을 기대하면서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의원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몇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는 전문성을 갖춘 공부하는 의원이 되어야 한다. 의회가 해야 할 일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집행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수십년간 같은 업무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갖고 있고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들을 상대로 견제와 감시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들보다 더 잘 알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전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의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더욱 높이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도 부단하게 해야 한다.
둘째,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이 되어야 한다. 현안문제를 진단하고 잘못된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잘못된 것을 질타만 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갈등과 혼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의원들은 주민들의 대변자다. 주민들은 잘못된 정책을 질타만 하는 의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질타하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고 이를 바로잡아 올바른 방향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함께 제시해 현안사항을 해결해 주는 능력있는 의원을 바라고 있다.
셋째는 집행부와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 의회와 집행부는 대결하는 기관이 아니다. 의회는 조직의 관행과 타성에 빠질 우려가 있는 있는 집행부 공무원들을 견제하고 공무원 조직의 시각이 아닌 주민의 시각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현지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욕구를 전달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집행부도 보다 더 긍정적이고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의회의 비판과 견제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감추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현안문제를 숨김없이 사실대로 공개하고 의원들과 함께 토론과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열린 의회관을 가져야 한다.
의회와 집행부의 관계를 수레의 양바퀴와 같다고 했다. 어느 한쪽의 바퀴가 구르지 않으면 수레는 움직일 수 없다.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진출한 젊고 패기있고 능력있는 지방의원들이 지금까지의 권위주의, 특권, 불통의 적폐를 과감하게 내던지고 새로운 의회상을 정립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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