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부이겠으나 영암배 재배농가들이 나주배로 원산지표시를 위반한 사례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지난 2013년 농관원 단속 결과 한 영암배 재배농가는 아예 나주에 저온창고까지 임대해놓고 영암배를 나주배 상자에 담아 판매하다 적발됐다. 당시 농관원은 해당 농가가 상자를 포장하는 현장을 급습해 위반 사실을 적발해 영암배 재배농민들은 물론 군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창고에는 '나주배'라고 적힌 상자와 '국산 명품배'라고 적힌 상자가 있었고, 이들 상자에 원산지 구분 없이 배를 섞어 담아 팔았을 것으로 농관원은 추정했다.
사실 영암배가 나주배로 둔갑되어 판매되는 일은 암묵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주공판장에서 영암배는 5천원에서 7천원 정도 더 싸게 가격이 매겨지는데, 업자들은 이를 '박스 바꾸는 비용'으로 본다는 것이다. 재배농민들 역시 영암과 나주가 경계에 있다 보니 가격이 더 좋은 나주배로 속여 팔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영암배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고품질 영암배를 생산하더라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재배농민들 스스로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영암배는 품질면에서 이미 나주배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상록 동인농장 대표가 배 부문 농업마이스터(Agriculture Meister)의 반열에 오른 일이나, 새생명농장 허정철 대표의 기능성 영암배가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일 등은 그 증거다. 나주가 비록 주산지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가격 결정력까지 갖고 있다고는 하나 품질 면에서는 영암배가 나주배를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고, 일부 영암배 생산농가들은 이미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암배의 위상을 곧추 세울 대책을 꼭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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