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가장 먼저 분주했던 곳은 도기박물관 앞뜰. 시골여행#정 문화축제의 특별행사로 마련된 호박탑 쌓기에 참가하기 위해 호박을 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올해는 유독 호박이 흉년이라 호박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후문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수집한 호박들이 트럭가득 실려 왔다. 아무런 도구 없이 호박을 쌓다보니 무너지고 또 무너지며 보는 이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한편 오전 11시가 지나자 하정웅미술관 건너편에 마련된 고향떡국마당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구림마을 주민들은 구림교까지 늘어선 이들 관광객들을 대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한 떡국 2천그릇을 무료로 제공했다.
'시골여행#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암군이 후원하는 2018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 프로그램으로, 전국 26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영암문화원(원장 김한남)이 주관하는 '시골여행#정'은 마을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관광객을 맞이하는 주민주도형 축제라는 특징이 있다. 유명 가수들을 앞세운 값비싼 공연이 아니라 무명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정겨운 공연이 행사장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축제가 넓은 행사장에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시골여행#정은 마을 곳곳에 분산된 행사장에서 소규모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축제에 다녀온 사람들은 이제야 축제가 사람들 속으로 찾아가는 정성을 보였다며, 숨어있던 구림마을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시골여행#정의 중심무대는 도기박물관 앞뜰. 무대에서는 전통무대공연 및 풍물경연대회가 펼쳐졌고, 무대 앞쪽에서는 읍면 대항 전래놀이가, 무대 뒤쪽에서는 호박탑 쌓기 대회가 진행됐다.
매회 2개 읍면에서 선발된 주민 대표들이 출전하는 읍면대항 전래놀이 대회에는 군서면과 서호면 대표 선수들의 경기가 펼쳐졌다. 윷놀이, 팔씨름, 줄다리기 결과 이번에는 서호면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풍물경연대회에서는 영암군사회복지관 장애인풍물팀이 금상을, 목포문화원 실버신바람 풍물패와 목포 땅소리 문화패가 각각 은상을 차지했다.
구림마을을 대표하는 대동계사도 평소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관광객을 맞이했다. 이날 오후 1시 대동계사 강당에서는 남도일보 최혁 주필을 초청해 '사람이 몰려오는 영암'에 대한 열띤 강의가 진행됐으며, 이어 대동계사 앞뜰에서는 7080음악다방이 열려 한층 분위기를 띄웠다.
대동계사 바깥뜰에서는 각종 문화예술체험부스가 펼쳐졌으며, 특히 알곡교회(목사 김은철) 한나회 회원들이 나와 관광객에게 떡볶이와 어묵을 제공했다.
도선국사 탄생과 관련된 설화가 깃든 국사암 앞에서는 영암 여성 통기타 동호회 다섯손가락팀의 통기타 공연이 진행됐다. 또 국암서원 건물에서는 구림십경을 포함한 우종숙 서예 작품이 전시됐다. 우종숙씨는 "주민들과 함께 구림의 역사를 배우고 익히며, 잘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를 끄집어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작품으로 담아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원 뒷마당에서는 고구마, 가래떡, 쫀드기 등 굽는 마당이 진행됐다.
한편 이날 오후 1시부터 고죽관에서는 대금과 피리 공연이 진행됐다. 고죽 최경창은 뛰어난 피리 연주로 왜구를 물리쳤다고 전한다. 이날 공연은 김하민(대금), 권선아(피리)씨가 출연했다. 고죽 최경창과 애달픈 사랑을 나눴던 홍낭을 기리기 위해 의녀홍낭 체험행사가 진행됐으며, 앞마당에서는 인절미, 가락엿, 번데기, 뻥튀기 등을 나눠주기도했다.
함양박씨 문중에서 세운 죽정서원에서는 우리지역 청소년들의 그림이 전시됐고, 서원 앞마당에서는 전래놀이가 진행됐다. 관광객들은 활쏘기, 제기차기, 투호를 하며 성공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서원 옆 마당에서는 가수 호세리가 진행한 노래마당이 흥을 돋았고, 마당 한쪽에 마련된 추억의 대폿집에서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막걸리를 대접했다. 막걸리는 삼호주조장과 도포주조장에서 협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유서 깊은 구림마을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지역주민의 손님맞이 정성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시골여행#情 문화축제는 오는 12월 29일 마지막 행사가 열린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