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시설에 손수 가꾼 배추 전달
자비로 어르신께 목욕봉사·식사대접
“농촌지역에 어려우면서도 정부 혜택을 못받는 어르신들이 무척 많아요. 그분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신북면 여성자원봉사회 이영숙(54) 회장.
겉모습 평범한 농삿군 아줌마 이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우리 이웃이었다. 자신이 손수 가꾼 배추를 매년 아동복지기관에 무료 지원하고, 김장 담아주기를 7년째. 어려운 이웃 돕겠다고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지 10년째다.
뿐만아니라 겨울철엔 독거노인, 장애인 어르신들 모시고 목욕봉사와 식사대접을 해오기를 5년째인 이 회장은 훈훈한 이웃 사랑을 실천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영애원 아이들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김장을 담아 쌓아두고 오면 마음이 그렇게 뿌듯하고 행복할 수가 없어요” 이 회장은 배추를 결코 상품이나 돈으로 보지 않는다. “값이 비쌀 때나 쌀 때나 그것은 ‘이웃 사랑을 위한 배추’다는 생각 뿐, 제게는 돈으로 보이지 않아요”
혼자서 6남매 키우느라 여유가 없는 살림이지만 어려운 이웃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부자 못지 않다. 영애원에 김장 담가주기 위해 500평의 밭에 매년 영애원 몫의 배추를 따로 재배한다는 이 회장. 그 배추만큼은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써서 친환경 재배를 한다.
영애원 김장담그기 봉사를 갔던 어느해 배추값이 무척 비쌌다. 이 회장은 “내가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곳에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이 회장은 10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6남매를 키웠다. 남편과 사별할 때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과 혼자서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다고. “나 자신만을 위해 살다가 내가 어려움에 처하니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을 알게 됐어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 했어요”
막내 아들이 9살 때 아빠가 떠나 막내 아들이 그저 짠하기만 했다. 영애원에서 그만한 아이들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영애원에 애착을 가졌다. 그 아들이 올해 대학엘 간다.
이 회장은 “배추가 금덩이가 되는 한이 있어도 내가 농사를 짓는 한 평생 무료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원들의 협조를 얻어 매년 겨울철 지역의 어려운 어르신들을 모시고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서 목욕과 식사대접, 속옷 갈아 입혀드리기 봉사를 행한다.
첫해 어르신 15명을 모시고 시작했는데 지난해엔 70명으로 늘었다. 25명의 신북면 여성자원봉사회 회원들이 어르신들을 모셔오고, 속옷과 양말 등을 협찬 받기도 하지만, 목욕비와 식사비 100여만원은 늘 자신이 부담한다.
봉사하다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기간중 모 정당소속 지역구 군의원의 사업장에서 버스를 빌려 어르신들을 모시고 목욕봉사를 다녀오자 누군가가 ‘위법한 선거운동’이라 고발했다.
이 회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불려다니며 결백을 입증하느라 큰 곤욕을 치렀다. 선관위에 불려가 통장사본을 제출하고, 핸드폰 통화내역을 제출하고, 자금출처 등을 조사받는 등 한 동안 고생을 했다. “지금도 선관위 건물만 보면 다리에 힘이 빠져요”
이 회장과 회원들은 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매월 밑반찬 봉사를 하고 있지만 한 회도 빠뜨릴 수가 없다. “우리를 기다리고 반가와하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있어서 한 번도 빠질수가 없어요. 특히 어려운 이웃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이 회장은 “내가 돈 벼락을 맞게 된다면 그돈을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