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은 내 삶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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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은 내 삶의 희망”

산악인 김 홍 빈씨

장애인으로 세계 최초 7대륙 최고봉 등정
장애 극복 ‘희망의 메신저’
“월출산은 제 놀이터” ... 남다른 월출산 사랑

“쉬운 산은 없습니다. 모두 다 어렵습니다. 오히려 낮은 산에서 사고가 더 많이 나지요” 그의 말 한마디마다 겸손함이 물씬 묻어났다.
1월 2일, 새해 벽두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를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장애인으로서 세계 최초 7대륙 최고봉 완등이라는 위업을 쌓은 산악인 김홍빈(46·에코로바 홍보이사)씨.
그러한 김홍빈씨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훈련 장소이자 놀이터이며, 애인같은 영암 월출산을 다시 찾았다. 영암 암벽경기장에서 동호인들에게 기술지도를 하던 김씨를 만날수 있었다.
그저 “산이 좋아서…”라는 대답만이 산과 인연을 맺은 동기라는 김씨는 등반 중 열손가락을 모두 잃는 불행을 당했지만 “장애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는 희망의 메신저다.
“희망으로 장애를 극복해가며 등반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뭐든지 할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습니다”라는 김씨.
그에게서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산과 자신의 삶에 도전하는 희망과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정상인도 하기 힘든 고산 등반에 그가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산은 그의 삶의 전부이고, 힘이고 희망이기 때문이다.
“산에서 극한의 위험상황과 어려움을 극복함으로써 인내와 겸손과 희망을 배운다”는 것. 고흥 출신이며 순천 매산고를 졸업한 그는 고교시절 그저 산이 좋았고, 고산 등반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대학에서 산악부 활동을 시작으로 암벽과 빙벽을 오르며 설산(雪山)의 매력에 빠졌다. 대학 산악부 시절 등반 훈련을 위해 월출산을 자주 찾았던 그는 월출산 사랑 또한 남달랐다. “월출산은 제 놀이터였어요, 군 입대를 앞두고 월출산을 보며 울었어요. 애인같은 산과 헤어지기 싫어서요”
그러나 1991년 동상으로 양쪽 손가락 모두를 잘라내야 하는 큰 시련을 겪는다. 북미 알래스카 매킨리(6194m)에 도전하다 조난된 지 16시간만에 구조된 그는 탈진과 고소증으로 의식을 잃었고 온몸은 동상에 걸려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뿐이었다”고 회고한 그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월출산 등 국내 험산을 찾아 손가락 없이 산에 오르는 방법을 터득하며 꾸준히 훈련을 쌓았고 1997년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5642m) 등정을 시작으로 7대륙 최고봉 등정에 도전했다. 완등에 11년이 걸렸다.
“제게 장애가 없었다면 7대륙 최고봉 완등이라는 도전은 없었을 겁니다”는 김씨에게 장애는 오히려 삶에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이제 그는 또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 봄 안나프루나(8091m)에 도전할 계획이고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중 아직 오르지 못한 10개좌를 5년 내에 모두 등정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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