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욱 시인 |
수출이 잘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 취직하기가 쉬워야 하지만 오히려 고용시장은 뒷걸음질 치고 있고, 일자리가 있어도 고(故) 김용균씨 경우처럼 위험하고 질이 나쁜 비정규직뿐이라 할 만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국가경제 부도(IMF 구제금융) 사태가 빚은 비극일 뿐만 아니라 허약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개발이나 중소기업 육성 등 국가 경제 체질을 바꾸지 못하고, 경제개발 계획 때부터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노동자들 희생으로 세운 금자탑이 박정희가 내세운 수출 제일주의이다.
최저 임금 시급 만원이 꿈이고 지상목표가 된 기형적인 경제는 정상이 아니다. 최저임금 시급을 인상하면 기업이 망한다고 자유한국당과 언론들은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최저임금도 지금 못할 기업은 망해야 한다. 시금 만원에 하루 8시간 일해도 8만원이고, 올해 인상 돼 봐야 8천350원으로 8시간 일해도 6만6천800원이다. 물론 최저임금 시급을 지급할 수 없는 가게나 수공업도 많다. 농업은 내 농사지으며 일용 노동자를 쓰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규모가 있는 대부분 사업장은 최저임금 때문에 볼멘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이익을 챙겨야 하는데 내 몫이 줄어든다는 놀부 심보 때문이다.
저비용 고효율! 적게 주고 많은 일을 시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은 인간 본성이지만 나만 알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서이다. 최저임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임금이 아니다.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생계를 이어가는 마지노선일 뿐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이다. 2019년 최저임금 시급은 8천350원이고 월 174만5천150원이다.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 생활자는 400만명이 넘는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무려 208만명에 이른다. 갈수록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골은 높고 깊어지고 있다.
농업은 국민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생명산업이다. 지구 기상이변과 물 부족 등으로 인류는 식량 위기에 직면하게 돼 있다. 식량이 핵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음도 다 알려진 사실이다. 목 아프게 농자천하대본을 외치지 않더라도 국가가 농업을 보호하고 권장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이다.
농업이 희망이 되려면 첫째, 최저임금제처럼 농민 기본소득제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것만으로도 기본 소득을 지급하면 실업문제, 농촌 공동화 문제, 농업 대(代)잇기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 농민에게 기본 소득을 주면 농업 종사자들이 획기적으로 늘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농업지원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농가 가구당 170만원으로 일본 700~800만원, 스위스 2천500만원, 미국, 캐나다 2천~3천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둘째, 쌀값 인상이다. 한 끼 쌀값이 100g으로 치면 225원으로 400g이 돼야 라면 한 개 값이다. 이는 산지 쌀값 기준이고 추곡수매가는 100g에 156원꼴이다. 우리에게 가장 싸다는 인식으로 박혀 있는 게 껌 값이다. 우리 주식(主食)인 쌀이 껌 값만도 못하다는 것은 조상들 뵙기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셋째, 농업 직불금을 개편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소작 비율은 53%에 이른다. 농가 53%가 남의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이 된다. 과거처럼 순수 소작농은 적고 자기 농사를 지으면서 남의농사를 짓겠지만 농자유전의 법칙이 아니더라도 직불금만은 농민에게 돌아가야 하고 그도 대폭 인상해야 한다.
돌아오는 농촌, 살기 좋은 농촌! 새해 새아침, 농업이 희망이 되기를 희망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