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대비하는 영암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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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통일을 대비하는 영암고구마

정기영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지금 50대 이상인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고구마는 고마움의 대상이자 그리운 추억의 단편이다. 밥을 대신해 허기를 달래줬고, 추운 겨울에는 김치와 함께 간식으로 자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날고구마를 깎아 과일처럼 먹기도 했고, 겨울밤에 식구들과 화롯가에 둘러앉아 군고구마나 삶은 고구마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1980년대 이후 먹거리가 넘쳐나면서 쳐다보지도 않았던 고구마가 지금은 최고의 식품 중 하나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과거 '밥대신 고구마'가 아니다. 지금은 밥보다 두배는 비싼 고급 식품이 되었다.
고구마는 영조 때 '이광여'라는 사람이 명나라 사람 서광계가 지은 농업기수서인『농정전서』50권을 읽던 중 '감저(고구마의 다른 이름)'라는 작물을 보고 중국으로 종자를 찾으러 갔다가 실패하고, 통신사로 일본에 가게 된 조엄에게 부탁해 종자를 찾아 들여온 식품이라고 한다. 순수 한국어 같으면서도 뭘 뜻하는 건지 아리송한 '고구마' 라는 단어의 어원은 일본 대마도로 알려져 있다. 일본 대마도에서는 고구마를 수확해 부모를 봉양한 미담이 널리 퍼져 해당 작물이 '고꼬이모(孝子芋)'로 이름붙여졌는데, 이 말이 한국에 들어오며 '효자감자(孝子甘藷)', 고구마로 바뀌어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밭에 씨를 심으면 비교적 쉽게 수확할 수 있어 수확법이 정착된 정조대부터 구황작물로써 한국에 널리 퍼지게 됐다.
고구마는 최근 들어 특히 다이어트식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칼로리 대비 포만감이 크고 비타민C 등 필수 영양소도 풍부한 식품으로, 특히 섬유질이 풍부해 위장 활동을 촉진시킴으로써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의 종류 중에서도 특히 호박고구마는 다른 고구마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베타카로틴 성분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눈의 피로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해 혈관 건강을 좋게 하고 피부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시장분위기와 함께 우리 지역 영암의 황토고구마의 인기가 대단하다. 영암 황토고구마는 전국 고구마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전국 최대생산량을 자랑하는 무화과와 함께 영양과 당도가 높아 최근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보관성을 크게 높인 고구마를 국내·외 시장에 연중 공급해 고수익을 거두고 있다. 보관성이 취약한 고구마는 상처가 나면 금방 썩는다. 이 때문에 수확 후 빨리 판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상품가치가 떨어져 생산 농가에 적잖은 손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서영암농협이 2016년 11월, 49억원을 들여 대규모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를 만들어 고구마 재배 농가의 고민을 해소하고 연간 고구마 2천톤 이상을 보관하고, 4천톤 이상을 선별할 수 있는 총 13동의 저온저장시설과 14동의 큐어링(상처치유)시설, 4동의 선별·집하 시설을 갖춘 APC를 건립하면서 보관성이 떨어졌던 고구마는 최대 8개월가량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혁신적 농업과 유통으로 영암고구마가 전국고구마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갑고 미래지향적인 소식이다.
구황작물로 여겨온 고구마는 또한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반도 식량안보 구축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고구마는 전분 작물 가운데 단위면적당 전분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 단위 면적당 부양능력(탄수화물생산)에서 옥수수가 1명일 때, 밀 1.6명, 벼 2.5명, 감자 3.4명에 비해 고구마는 3.9명으로 가장 높다고 한다. 둘째, 건조지역 등 척박한 토양에도 비교적 잘 자라며 가뭄,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강하며, 피복작물로서 장마철 토양유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4개월 이상이면 고위도 지역일수록 병충해가 적고 수확량이 높아 적정 품종과 재배기술을 활용하면 남한보다는 북한지역이 수확량이 많을 수 있다고 예상되기도 한다.
최근 남북한 경협이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영암의 고구마가 국내 고구마시장을 선도하는데 이어 북한의 식량위기 대안이 되어 남북한 통일에 기여하는 영암고구마가 되는 희망을 가져본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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