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이 광주로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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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이 광주로 보낸 편지

정찬열 군서면 도장리 출신 미국 영암홍보대사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발언이 한국 정가를 뒤흔들어 놓았다. 북한군 6백명이 내려와 5월 항쟁을 주도했다는 지 아무개의 근거 없는 발언이 단초가 되었다.
5·18은 정부에 의해 확인되고 역사적으로 정립된 사실이다. 진실을 왜곡하는 발언으로 인해 광주와 호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러한 때, 2월 16일 권영진 대구 시장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전문을 소개한다.
“이용섭 광주시장님, 저희 당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상식이하의 망언으로 인해 5·18정신을 훼손하고 광주 시민들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드렸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대구시장으로서 시장님과 광주시민들께 충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대구 시민들 다수도 저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대구 경북 시도민의 57.6%가 해당 국회의원들의 제명에 찬성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광주시민들에 대한 저의 사과와 위로는 사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달빛동맹의 파트너인 대구시장으로서 공적인 것이며, 자유한국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제 양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밝혀드립니다.
저는 이번 일로 광주와 대구가 맺은 달빛동맹이 약화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대구와 광주시민들의 연대와 상생협력을 더욱 단단하게 해서 이와 같은 역사왜곡과 분열의 정치가 우리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구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광주시민들에게 깊이 사과드리며 대구시민들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대구광역시장 권영진 올림”
대구 시장의 편지에 대해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런 편지를 보내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그래서 이 시장의 진정성과 대구시민들의 깊은 형제애가 더욱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간 대구와 광주시민들이 함께 일군 연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겠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대구 2·28과 광주 5·18이 민족 운동사의 새로운 전기가 됐듯, 오늘날 우리의 강한 연대가 왜곡된 역사를 정의 위에 바로 세우는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광주에는 일본에 저항했던 광주학생독립운동과 전두환 독재에 항거한 5·18이 있고, 대구에는 일제의 경제적 수탈에 앞장서 싸웠던 국체보상운동과 이승만 독재에 맞섰던 2·28이 있다. 2·28 민주운동은 자유당 독재정권에 저항한 대구 고등학생들의 저항운동이다. 이때도 이승만은 “학생들이 북한에 조종당하고 있다”며 종북몰이를 했지만, 결국 ‘3·15 마산의거, 4·19혁명을 거쳐 이승만 하야’를 가져왔다.
진실은 세월이 가도 빛이 바래지 않는다. 5·18 망언에 대처하는 대구 시장의 올바른 역사인식, 그리고 대구시장의 정신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대구 경북지역 시·도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역갈등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두 도의 시장이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감동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동서갈등을 치유하고 한국의 정치의식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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