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개인 소유의 임도정공장들은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 2대째 꿋꿋이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가 있다. 시종면에서 월롱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윤평한(58)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시종면이 고향인 윤 대표는 사실 정미소와는 거리가 먼 중장비 사업을 해왔다. 중장비 업계에서도 나름 인정받을 정도로 기반을 다져왔던 윤 대표는 부친이 30여년 평생 가업으로 지켜온 정미소 운영이 힘겨워 포기하려하자 해오던 중장비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선친의 뜻에 따라 15년 전 지인들과 ‘월롱 달 친환경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월롱마을 1천여평의 부지에 300여평 규모로 정미소를 확장해 건설했다. 윤 대표의 인생2막은 이렇게 시작됐다.
윤 대표는 처음에는 도정만 해오다 지역농업인들이 고령화로 벼 건조작업에 큰 불편함을 느끼자 대형건조기 3대를 설치하고 건조와 도정을 같이했다.
윤 대표는 특히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과 맞물려 역대 유래 없는 쌀값 폭락이 이어지자 농업인들이 생산한 벼를 정부수매가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사들여 건조, 도정, 포장, 판매까지 연결하는 원스톱시스템까지 갖췄다.
또 최근에는 7천여만원을 들여 쌀 포장과 적재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첨단장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월롱정미소에서는 연간 가공량이 1만1천600톤에 이르고 연간 판매액은 14억5천만원에 이르는 등 웬만한 중견기업 못지않은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윤 대표의 정미소 운영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대형미곡처리장과 국가공모사업으로 만들어지는 정미소 등으로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대형정미소가 늘어나면서 주요 수입원인 임도정(삯방아)을 맡기러 오는 농업인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초에는 어깨수술까지 하게 되어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던 아들을 내려오게 해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농업인들이 원하는, 농업인들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 최신 설비 구축 등 개인 투자와 노력으로 버텨가고 있다”고 말하는 윤 대표는 “국·도비 지원 정미소 공모사업 확대보다는 기존의 정미소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더 절실하다”며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암군재향군인회 시종면회장도 역임하고 있는 윤 대표는 지역사회에 대한 선행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년 연말이면 시종면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을 찾아 독거노인과 저소득 및 차상위계층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해달라며 쌀 20㎏들이 50포대와 현금 등을 기탁하는가 하면, 올해는 재향군인회에도 쌀을 기증해 어려운 이웃과 함께했다.
윤 대표는 “지역농업인들의 도움으로 발생한 운영수익인 만큼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역에 환원해 지역민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와 맡겨주는 지역농업인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숙명으로 알고 정직하게 가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