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제비 찾아오는집 정든집 헐린다니 서운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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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제비 찾아오는집 정든집 헐린다니 서운혀”

영암읍 동무리 1구 김 순 애 할머니(94세)

3월 삼짓날이먼 제비들이 어찌믄 그리 안잊어불고 찾아온지 몰라… 제비보먼 반가워 죽겄어” 처마밑에 달린 제비집을 바라보며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다.
이집에서 그렇게 해마다 3월 삼짓날이면 찾아오는 제비를 맞으며 보낸 세월이 자그만치 70년 하고도 4년을 더 보탠다. 백운정댁 김순애(94) 할머니가 사시는 영암읍 동무리 옛스러운 집은 할머니가 무려 74년을 살아왔던 집이다.
“열 아홉에 시집 와 스물에 여기로 지금났응께 여기서 오래 살았제”
할머니는 평생을 정붙이며 살아온 집이 주거환경개선지구에 편입돼 곧 헐리게 됐다며 무척이나 서운하다고 하신다.
“이집에서 일정때, 6·25 다 젼딤서(겪으며) 살았어. 시어머니한테 집 매끼고 일본가서 한 수년 살다왔어.

해방된께 나왔어” 영암읍 농덕리 백운정이 친정인 김 할머니는 영암읍 역리 사시던 할아버지(배봉두·작고)시집온 때가 무려 75년전 일이다.
어릴적에 일본서 사셨다는 할아버지는 우리말은 서툴고 일본말을 더 잘하셨다고 한다. 시어머니를 모시며 5남매(4남1녀)를 다 키웠고 증손자 까지 봤다.
할머니는 넷째 며느리였지만 시어머니가 넷째 며느리랑 살겠다고 따라나섰다고 하니, 시어머니와 김 할머니 사이 따뜻한 고부간의 정을 헤아려 볼만 했다.
“우리 지금날 때 시어머니가 나랑 살자고 따라오신다고 허데, 큰 시누이한테 미안혀서 물었더니, 시누이가 “어쩔꺼신가… 어머니가 그러신다니…” 허드만” 매일 놀러오던 증손자가 새학기 유치원에 입학해 요 며칠 오지 않으니 적적하시다.
셋째 아들(배준석·62)이 매일 들려보며 어머니 안부를 살피며 지극 정성을 다한다.
“우리 아들이 효자여, 얼매나 잘허는지 몰라, 날마다 음식 가져오고, 병원 데려다 주고, 우리 아들 땜시 내가 안아프네” 건강 장수하신 비결은 아들 효도 덕분이라고. 할머니는 약간의 혈압과 관절염이 있지만 말씀도 잘하시고 얼굴 혈색도 좋아 보이셨다.
“깨깟허니 살다가 자식들 안성가시게 허고 가는 것이 소원이제 뭐겄소”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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