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는 코로나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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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는 코로나를 이길 수 없다

김기천 영암군의원(학산, 미암, 서호, 군서) 학산면 유천마을 농부 전남대 사회학과 졸업 정의당 영암군지역위원회 부위원장
코로나19가 불러온 전례 없는 사태 앞에 막연한 불안과 묻지마식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있다. 우리 영암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월 24일 구림의 대순진리회 회관에서 지내기로 한 전국 규모의 제사 소식이 잠복해 있던 불안과 공포를 단숨에 끄집어내었다. 진원을 알 수 없는 '대구에서 50명이 이미 와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급속하게 퍼지자 비상식량을 사재기하는 발길로 마트가 붐볐으며 영암군청은 격렬한 항의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숨죽이던 평화마저 일순간에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바로 다음 날, 영암군 공무원 30명이 대불산단내 마스크 제조공장에 '투입'되었다. 누가 기획하고 어떻게 준비한 이벤트인지는 모르지만 영암군과 전동평 군수는 단숨에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암군민에게 공급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 노동을 제공한 일이 어느새 대구 경북 시민들을 위한 지원활동으로 포장되었고 실과별로 2명씩 차출된 인원은 150명의 자원봉사 참여자로 둔갑하였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선행'을 지켜보며 착잡하고 서글픈 마음을 쓸어내리기 힘들었다.
매우 상식적인 질문 하나, 코로나19로부터 목숨을 지켜줄 구원자(?)같은 마스크는 누구에게 가장 먼저 공급해야 할까? 가장 긴급한 대구 경북지역으로 전달하는 것이 마땅하고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가야 마땅하다. 의료진조차 보호장구와 마스크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른다는 소식을 듣지도 못했다는 말인가? 우리지역내 취약계층도 빼놓을 수 없다. 노약자 임신부 어린이 기저질환자 요양시설 수용자 다중이용시설 근무자부터 챙겨야 한다. 영암군민 전체에게 공급할 물량을 확보하겠다며 60만장인지 30만장인지 10만장인지(몇 장을 얼마에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누가 속시원하게 대답좀 해주시라) 생산할 때까지 공무원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은 선거법 위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임하는 공직자의 태도가 전혀 아니다. 코로나 19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되었지만 마스크 30장을 사기 위해 2-3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다 그마저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대구시민의 허탈하고 불안한 눈빛을 외면해도 될만큼 우리는 이기적인가?
영암군 공무원들이 스스로 '공노비'라고 자조한다. 공무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뒤로 하고 주머니 속 공기돌처럼 마구 다뤄지는 현실에 대한 자책과 한숨의 표현이겠다. 지금 영암군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은 마스크 공장에서 서투른 포장작업을 돕는 일이 결코 아니다. 영암군 민원창구와 의원들의 전화기에 쏟아져 들어오는 군민의 불안에 응답부터 해야 한다. 매일 방역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보건소와 안전건설과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시장 마을회관 버스터미널 종교시설 장례식장 대중교통시설 요양원 병원 같은 취약시설을 소독하고 점검해야 한다. 조류독감과 싸우며 축적한 방역과 차단 노하우를 이럴 때 안 쓰고 묵혀두는 연유가 무엇인가? 또한 불안에 떨고 가짜뉴스에 휘둘려 속수무책인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일상에 필요한 안전조치들을 교육해야 하는 것이다. 거듭 묻고 싶다. 신천지에 대한 대책은 세워져 있는가? 이미 영암에도 신천지 교육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교인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감염에 대비한 관리방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안심할 것이 아닌가?
매우 절실한 두 번째 질문,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체계를 원활하게 가동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마을회관조차 폐쇄된 바람에 오갈 곳이 없는 독거노인, 학교 개학 연기로 돌봄이 절실한 맞벌이가정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판로가 끊겨 농작물을 갈아엎어야 할 처지로 내몰린 꽃농가와 알타리 재배 농가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하루 한 테이블도 받지 못하는 음식점 같은 중소상공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노동자와 영농을 시작한 농민들의 건강은 또 어떻게 지킬 것인가? 설마 마스크 몇 장 공급으로 다 해결된다고 믿는 것인가? 재난대책본부가 중심에 서고 영암군 행정이 총동원되어 바로 이같은 문제를 놓고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아 인력배치와 재정투여를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말과 문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말이다.
마스크제조는 공장에 맡겨야 맞다. 인력이 부족하면 업체가 채워야 한다. 백 번 양보해서 영암군이 돕고 싶다면 길이야 얼마든지 있다. 민간단체가 나서도록 지원하면 된다. 방범대 방재단 소방대 자원봉사단 그리고 일반 군민이 방역의 한 축을 이루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면 되는 것이다. 왜 이럴 때 일자리 창출은 고민하지 않는지도 의문이다. 요새는 농한기라 유휴인력이 적지 않다. 단기 일자리에 단순노동인 경우 얼마든지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고 본다. 공무원 조직은 인력대기소가 결코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된다.
사회적 재난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연대 협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불안에 기댄 미봉책, 혐오와 차별, 이기주의로는 결단코 이길 수 없다. 낮은 자리 진 자리를 먼저 돌아보길 강력하게 촉구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마스크가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과 일상의 삶까지를 따뜻하게 살피는 공무원의 손길이다.
# 힘내라 대구.경북 # 이길 수 있어요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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