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총선이 '민주당이 잘해서 이겼다기보다 야당이 너무 못해 심판을 받은 선거'라는 해석에 일견 동의한다. 사사건건 정부 정책을 비난하며 검찰개혁 등 법안마다 발목 잡았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 국민다수는 분명 매섭게 심판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해석이 여기에만 그치면 훨씬 중요한 것을 간과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총선까지 국민들은 모두 민주당을 지지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야당을 마치 응징하듯 심판하며 '슈퍼 여당'을 만든 민의는 3년 전 광화문 광장서 보았던 '촛불 민심', 바로 그것이었다. 180석, 더 나아가 범 진보 모두 합쳐 190석의 압승에 "무섭고 두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두고 "6년 전 보이지 않던 국가가 이젠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6년 전 세월호 참사 때 목도했던 '실종'된 국가가 만든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확인했다. 우리는 바로 그것이 집권여당에 국회 의석을 몰아준 계기였다고 본다. 또 하나 이번 선거를 놓고 지역주의의 부활 운운하는 해석에 대해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민주당에 의석 싹쓸이를 안겨준 호남 민심을 두고 "다음에는 반드시 '호남 대통령'을 만들어달라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중대한 왜곡이자 모독이다. 호남 민심은 이미 호남 출신 대통령 만들기에 있지 않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 것도 그 연장선이다. 호남민이 미래통합당을 외면하는 까닭은 '경상도당'이어서가 아니다. 당명만 숱하게 바꾸었을 뿐, 아직도 호남민의 아물지 않은 상처인 '5·18'에 대해서조차 망언과 왜곡을 일삼는 정당을 지지할 수 없을 뿐이다. 이것이 호남 민심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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