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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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영웅

이진 前)영암군 신북면장 前)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완도부군수
영웅이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 내는 사람'을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시대마다 영웅들이 나타나 새로운 역사를 쓰거나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며 논쟁을 벌여왔는데 결론을 말하면 시대가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영웅이 시대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그 시대가 처한 상황을 이끌어 갈 인물을 필요로 할 때 거기에 부합되는 인물이 나타나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가면 그는 영웅으로 부각 된다. 반대로 시대의 흐름이 평온하고 균형잡힌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데도 한 지도자가 새로운 가치를 들고 나타나 시대의 흐름을 바꾸면 그 또한 영웅으로 기록된다. 즉 말해서 공격을 방어해 내는 인물이 나타나면 시대가 영웅을 만들게 되고 공격적인 인물이 나타나면 영웅이 시대를 만들게 된다.
역사에 나타난 영웅들을 살펴 보면 그들이 지혜, 용맹, 리더쉽 등을 고루 갖춘 뛰어난 인물들이 아니라 그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영웅 스토리를 써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인물들중에서 공격을 방어해 시대가 영웅을 만든 인물로 이순신, 처칠을 들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조선왕조 최대의 국난이었던 임진왜란 당시 임진년 옥포해전부터 시작하여 계유년 노량해전까지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끌어 세계 해전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23전 전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는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이순신 개인을 평가하면 그는 매우 고지식하고 고집스러웠고 매사에 세심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부조리한 관행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소위 오늘날 말하는 꼰대형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당해서 그의 엄격함과 꼼꼼함은 오히려 그 당시 상황을 타개할 자질이 되어 국난을 극복한 영웅이 된 것이다.
세계 제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도 마찬가지다. 처칠은 학교에서 말썽꾸러기 낙제생이었다. 그의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그는 '품행이 나쁜 믿을 수 없는 학생으로 의욕과 야심이 없고 학생들과 자주 다투며 자기 물건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야물지 못한 학생'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성적도 하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그가 정계에 뛰어들어 영국 자유당내각의 통상장관, 식민장관, 해군장관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 했고 마침내 1940년 영국 수상에 올라 제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독일군의 침공을 받아 위기상황에 처하자 뛰어난 언변과 정치적 리더쉽으로 영국 국민에게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고 전쟁을 진두지휘하여 독일의 침공을 막아내 영국의 전쟁영웅이 되었다.
즉 말해서 이순신은 임진왜란, 처칠은 히틀러의 침공이라는 적국의 공격이 없었더라면 평범한 군인이나 정치인으로 일생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인물이 국난을 당하여 영웅이 된 것이다.
반대로 영웅이 시대를 만든 경우도 있다.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왕으로 평화로운 시대에 제국 건설의 야망을 갖고 그리스, 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의 대제국을 건설하고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하여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탄생시킨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말년에 연속되는 정복전쟁의 피로를 병사들이 이기지 못하자 더 이상 정복사업을 접고 귀환하던중 말라리아에 걸려 33세의 젊은 나이에 바벨론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또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현재의 프랑스땅인 갈리아를 점령하고 브리타니아를 침공하는 등 로마영토를 최대한 확장시키고 로마의 공화정을 황제정으로 바꾸는 정치혁명으로 이탈리아 변방의 작은 나라 로마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청사진을 깔아 500년 대로마제국의 기초를 닦은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그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도덕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로마의 유부녀들과 숱한 스캔들을 달고 다녔고 빚이 많아 로마 시민이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인 악성 채무자였다고 한다. 이들의 경우는 당시에 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대제국 건설, 새로운 문명탄생. 정치혁명이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한 걸출한 인물이 시대를 바꾸어 영웅이 된 것이다.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역사적 인물을 몇사람 살펴 보았는데 영웅이라고 해서 모두가 인간적인 자질이 훌륭하고 개인적으로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불행한 운명을 짊어진 경우도 있었고 도덕적으로 반드시 모범적인 것도 아니어서 영웅의 위대함은 역사와의 관계속에 찾아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고 하지만 정치는 아직도 후진적이고 남북 긴장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주변국들과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처럼 시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고 우리나라를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어 갈 위대한 영웅탄생을 기다려 본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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