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돈사 불허가 처분 취소청구 기각판결 내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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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돈사 불허가 처분 취소청구 기각판결 내용과 전망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회피 목적 대상 필지 7천500㎡ 미만 분할 '꼼수'에 적극 대응

환경오염방지 및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따른 公益이 돈사 신축 따른 私益보다 중요

광주지방법원 제2행정부가 지난 8월 13일 내린 이른바 ‘기업형’ 돈사 불허가 처분 취소청구에 대한 기각 판결은 당장 같은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11건의 유사소송에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돈사 건축 허가에 있어 걸림돌로 여겨지는 환경영향평가를 고의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대지면적을 기준 면적 이하로 쪼개기 해 허가를 신청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돈사 건축을 위해 투입한 비용 및 돈사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익(私益)보다도 환경오염의 방지 및 쾌적한 생활환경의 조성이라는 공익(公益)적 가치가 더 앞선다고 판결해 향후 유사한 인허가 결정에 중요한 지침도 될 전망이다.
■ 소송개요
원고 A(장흥군 장평면), B(경북 울진군 평해읍), C(대구시 수성구)씨 등 3명은 삼호읍 망산리 1110, 1111, 1112, 1114번지 논에 각각 대지면적 7천495㎡, 건축면적 2천166.7㎡, 연면적 4천385.81㎡, 2동의 돈사를 신축하겠다며 지난 2019년 2월 영암군에 개발행위허가,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허가, 농지전용허가가 포함된 복합민원형태의 건축 허가신청을 냈다.
이에 앞서 D농업회사법인㈜은 돈사 신축 부지를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A씨 등에게 해당 토지에 대한 토지 사용 승낙을 했다. C씨는 D농업회사법인의 대표이사, A씨는 D농업회사법인의 사내이사다.
돈사 건축 허가신청을 낸 부지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시행으로 조성된 간척지로, 농림지역 및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오복마을에서 2천400m 거리에 있으며, 철새도래지인 영암호에 맞닿아 있다.
A씨 등의 건축 허가신청에 대해 군은 2019년 9월 군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군은 그 사유로 ▲사업대상지는 농림지역으로 7천500㎡ 미만일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해당되지 않으나, 허가대상 필지를 7천500㎡ 미만으로 분할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고자 3건으로 분리해 건축허가신청을 한 것으로 보았다. 건축주만 다를 분 토지소유자가 같고, 신청시기가 같은 점 등으로 보아 동일 사업장임을 감안, 주변에 미칠 환경적인 영향 등을 고려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군은 또 ▲사업대상지는 용도지역상 농림지역 중 농업진흥구역으로, 우량농지를 보전하기 위해 농지법 제32조(용도구역에서의 행위제한) 규정에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아니한 토지이용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어 돈사 신축 허가를 불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군은 아울러 ▲경지정리 및 수리시설 등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이 시행되어 있으며, 지역농지 집단화가 크고, 해당 농지가 대규모 돈사로 전용되었을 때 인근 농지의 연쇄적인 농지전용 등 우량농지의 잠식이 우려되는 점도 불허가 처분의 사유로 꼽았다.
특히 ▲사업대상지인 간척지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된 우량농지이며, 대규모 돈사가 건립되었을 경우 대형차량 출입으로 인한 농로파손 및 영농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집단민원도 예상된다고 불허가 처분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군은 또 ▲사업대상지 25m 인근에 철새도래지 영암호가 위치하고 있고,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의 규정에 따라 장차 보전의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지정된 생태자연도 1.2등급 권역인 점, ▲사업대상지가 상습침수지역으로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 발생 시 침수로 인한 축산폐수 유출로 영암호 수질오염 및 인근 우량농지 토양오염이 우려되는 점, ▲돈사설치지역의 주민에게 미치는 생활환경권, 쾌적한 정주여건 보장과 관련해 군정조정위원회 심의, 영암군의회 의견청취, 신청소재지 읍면 주민 의견청취, 영암군계획위원회 심의 결과 돈사에서 발생되는 악취, 해충, 토양 및 수질오염 등으로 주민의 생존권에 막대한 피해에 따른 반대의견 및 불허가 의견이 제출된 점,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과 정주생활권을 보호해 군민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군정방침과 상충되는 등 대규모 돈사 건축으로 인한 지역민간의 집단갈등 및 반복현상을 해소해야 하는 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규정에 부적합한 점 등도 불허가 처분 사유로 꼽았다. 불허가 처분 사유는 모두 9가지다.
■ 원고 측 주장
이에 대해 원고인 A씨 등은 군이 내세운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각자의 자금으로 돈사를 신축한 후 별개로 운영할 예정이고, 신축하려는 각 돈사의 규모가 대지면적 7천500㎡ 미만이어서 환경영향평가법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분할 신청했다는 처분사유는 법령 적용에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담당공무원이 건축행정시스템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을 기재했고, 영암군계획위원회 심의에서도 같은 견해를 표명했음에도 불허가 처분사유로 삼은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또 ▲농지법과 그 시행령 등에 의하면 농업진흥구역에서 축사와 그 부속시설인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음에도 농지법 조항을 근거로 불허가 처분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A씨 등은 아울러 ▲영암군 가축사육제한구역에 의한 조례에 따라 주거밀집지역 시작점으로 직선거리 2천m 이내에는 돈사를 신축할 수 없어 허가가 이뤄지더라도 연쇄적인 농지전용으로 우량농지가 잠식되지 않는다는 점, ▲돈사 신축을 위해 대형차량이 통행하더라도 샛길이 있고 교통량이 적어 인근 주민의 영농활동을 방해하거나 농로가 파손될 우려가 높지 않은 점, ▲영암호가 위치해 있으나 사업대상지로부터 2천500m 거리에 철새의 서식에 악영향을 미치는 활주로가 입지해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돈사 신축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점, ▲사업대상지가 침수 이력이 없어 침수로 인한 수질 및 토양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없고, 돈사 신축에 따른 악취 저감 방안, 수질 및 토양오염 방지방안을 마련해 환경오염을 저감할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환경오염 및 주민반대 등을 이유로 불허가 처분해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게 되어 불허가 처분사유에 사실 오인이 있거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A씨 등의 주장 가운데 영암군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회피 목적으로 허가대상 필지를 7천500㎡ 미만으로 분할했다고 본데 대해 ▲인접한 사업대상지에 동일한 면적, 동일한 구조의 돈사를 신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건축주만 달리하고 있는 점, ▲원고 A씨와 C씨가 각각 토지소유회사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이고, 토지소유회사의 주소지가 A씨의 주소와 동일한 점, ▲A씨 등이 토지소유회사가 사업대상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직후 사용기간을 ‘영구’로 정한 토지사용승낙을 받았고, 모두 동일한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거의 동시에 건축 허가신청을 한 점, ▲A씨 등이 사업계획면적,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의 면적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 기준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면적(각각 5㎡, 36.72㎡씩 미달)으로 정해 건축 허가신청을 한 점 등으로 미뤄, “A씨 등이 공동으로 사업대상지에 양돈사업을 하기로 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고자 돈사 허가신청을 나누어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A씨 등의 신청을 하나로 볼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하므로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은 법령적용의 오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농지법은 농업진흥구역에서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아니한 토지이용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시행령 등에는 축사와 가축분뇨처리시설 등 부속시설을 설치하는 토지이용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돈사 신축 행위는 농지법이 허용하는 토지이용행위에 해당하므로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 사유로는 농지법령의 적용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보았다.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 사유 9가지 중 재판부가 유일하게 원고 측 주장을 인용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사업대상지 인근 마을인 오복마을을 중심으로 반경 2천m 밖에도 사업대상지와 동일하게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조성된 농지가 넓게 존재할 뿐만 아니라, A씨 등의 돈사 신축 허가신청이 접수될 무렵 영암군 관내에 돈사 신축을 위한 다수의 건축 허가신청이 접수된 점 등을 종합할 때 영암군이 우량농지의 잠식 우려를 불허가 처분 사유로 삼은 것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오복마을에서 사업대상지에 이르는 농로는 길이가 2천100m이고, 너비가 3.5m에 불과해 돈사 신축을 위해 이 농로를 이용, 공사기간 건설장비가 드나드는 과정에서 농로가 파손될 수 있고, 농로를 이용하는 인근 주민들의 영농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사유를 인정했다.
영암호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활주로 설치에 관한 허가권자는 국토교통부 장관인 반면, 돈사 건축에 관한 허가권자는 영암군으로 각 처분권자가 다를 뿐만 아니라, 영암호와의 거리에 비춰볼 때 활주로와 사업대상지의 입지가 동일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영암호를 감안한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은 평등원칙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단 가운데 특히 주목할 부분은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과 정주생활권 보호’문제다.
재판부는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와 관련해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토지이용실태와 생활환경 등 구체적 지역 상황과 상반되는 이익을 가진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권익 균형 및 환경권의 보호에 관한 각종 규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영암군이 돈사 불허가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환경오염의 방지 및 쾌적한 생활환경의 조성 등에 따른 공익이 A씨 등이 불허가 처분으로 입게 되는 투자비용 손실 및 돈사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상당의 손해보다 가볍다고 볼 수 없어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주민생활권 보호라는 공익을 돈사 신축에 따른 사익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결국 영암군이 농지법 적용을 잘못한 사유가 있기는 하나 나머지 불허가 처분사유만으로도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A씨 등의 주장을 모두 “이유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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