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갑선 영암여고 교사 |
그러시던 중 지난 금요일 여느 때와 같이 복지관에서 잘 지내고 계시다가 고열에 기침, 약간의 복통이 있어 강진읍 모 내과를 방문하여 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아 마량 집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병세에 차도가 없자 어제 갔던 내과에 다시 들르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상하다며 CT촬영을 했는데 쓸개가 터져 장내에 퍼져있다고 판단된다며 보호자인 아들에게 전화해 광주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광주에서 강진까지 가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니 그럼 광주에서 대기하라고 하며, 의사 선생님이 직접 119구급차를 부르고 소견서를 써주며 광주로 이송을 부탁했습니다. 신속하게 구급차를 부르고 광주로 이송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 고맙고, 비록 농촌의 조그마한 내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참 훌륭한 의사선생님이 있다는 것에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광주로 이송하며 아들과 전화를 주고받은 구급 대원은 어느 병원으로 가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10여 년 전 전남대 병원에서 신장에 있는 담석 제거 수술을 한 적이 있어 전남대 병원으로 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구급 대원이 전남대 병원에 전화하여 긴급 수술 환자를 받아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토요일 오후이고 수술실이 나오지 않아 수술할 수 없다고 거부를 했습니다. 다시 광주에 있는 서너 개 대형 병원으로 전화를 했으나 파업이다, 수술실이 없다, 수술 의사가 없다 등의 이유로 모두 거부를 했습니다. 구급 대원이 다시 전남대 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여든이 넘으신 어르신이 쓸개가 터져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수술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 환자를 받아 달라고 애원을 했답니다. 다행히 허락을 받아 전남대 병원에 도착하여 4시간 정도 기다린 후 수술을 받았습니다.
강진에서 광주까지 이송하는 과정에서 여러 대형 병원에 전화하며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응급 환자를 받아달라고 애원했다는 119 구급 대원을 떠올리며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3시간 정도 진행된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 선생님은 전공의가 없어 다소 힘들기는 했으나 최선을 다해 수술했다고 하시면서 2~3일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전공의와 전임의 파업 중에도 토요일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수술을 무사히 끝내 주신 의사 선생님을 보며 또 한 번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히 직분을 이행해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하루에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세 번이나 깨달았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다행히 장모님은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일반 병실에서 건강을 회복하며 잘 계십니다. 장모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아직 세상은 살만합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