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수박겉핥기'로 끝난 의회의 예산 심의

6천370억원 규모의 2020 회계연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이 의회를 통과했다.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예비심사와 계수조정에 나선 끝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유튜브 홍보물 제작 예산 5천만원 중 2천만원과 무화과 시식회 행사 지원 예산 5천만원 전액, 대봉감 홍보 지원 예산 2천만원 중 1천만원 등 모두 4개 사업 예산 9천만원을 삭감했다. 삭감 액수의 많고 적음으로 예산심의가 충실하게 이뤄졌는지를 따질 수야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멈출 기미 없이 오히려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야말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어가고 있는 마당에 편성된 제3회 추경인 만큼 기대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산 편성에서부터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예산은 아예 들어있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불요불급한 예산반영을 철저히 가려내 적어도 예비비에라도 계상했어야 할 의회 심의 역시 문제점만 지적하는데 그쳤다. 이른바 '수박겉핥기'식이다.
의회를 통과한 제3회 추경은 제2회 추경 6천45억원 대비 325억원(5.38%) 증가한 규모다. 국·도비 보조사업에 따른 군비 부담금과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및 일자리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편성했다는 것이 집행부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국세가 크게 줄면서 전국 지자체에 배분되는 지방교부세 감액 조치가 현실화해 영암군의 경우 지방교부세 감액 규모가 98억9천500만원에 이른 상황에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다 보니 세출 예산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의원들은 세출 예산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정말 이뤄졌는지 낱낱이 검토해야 하고, 삭감해야할 예산을 제대로 삭감하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심의과정에 의회는 '코로나19'로 시행하지 못한 사업비와 개최하지 못한 축제 예산 일부가 다른 명목으로 반영되어 있는 현황을 파악하고서도 그대로 통과시켰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판에 2억이 넘는 인건비를 되레 증액한 씨름단 예산은 가관이다.
제3회 추경과 관련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김기천 의원도 지적했듯이 '코로나19'로 집중적인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대책 수립이 아예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나 전남도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겠으나, 보다 철저한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다소의 재원을 마련한다면 얼마든지 군 차원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도 세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일이다. 씨름단 관련 예산 증액에 대해서도 대회가 줄었고 그만큼 농·특산물 홍보효과를 내지 못했다면 연봉 삭감 또는 반납이 극한의 어려움에 처한 군민에 대한 도리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