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조직개편안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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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암군 조직개편안을 보며

김기천 영암군의원(정의당)
최근 영암군은 조직진단을 모두 마무리하고 최종 조직개편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주요 개편내용은 이렇다. 안전건설과를 안전총괄과와 건설교통과로 분과하고 종합사회복지관을 사업소로 신설하며 기업도시사업소를 폐지해 투자경제과 팀으로 이관한다. 또한 대기관리팀 재난관리팀 스마트관제팀 등 6개 팀을 신설하고 정원을 현행 742명에서 33명 증원해 775명으로 확충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조직진단은 목포대학교 전략경영연구소가 지난 9월 4일에 착수해 10월 5일 중간보고회를 거쳐 10월 30일에 최종보고회까지 마친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 과정에서 571명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각 실과장 및 소수직렬 대표 인터뷰, 업무량 정량 평가 등이 이뤄졌고 실무추진 TF까지 꾸려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조직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문제의식과 업무환경 등을 살핀 것으로 평가받았다. 노동조합은 32개 직렬 간담회도 진행했다.
필자는 그 과정에서 군정질문을 통해 조직 구성원의 간절한 바람을 조목조목 제기해서 몇 가지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덤으로 영암군 조직 전반을 들여다보며 건강하고 신명나는 조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학습할 수 있었다.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다. 업무량은 정량으로만 평가하기 힘든 분야가 많다. 예를 들자면 현장출장을 통한 민원해결이 많은 농업기술센터나 보건소, 읍면 사무는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를 정성평가로 다뤄야 제값을 매길 수 있다.
또 하나는 행정서비스를 받는 군민의 의견을 전혀 담지 못한 일이다. 영암군 행정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공무원들의 활동이 군민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군민의 민원에 행정이 얼마나 성실하게 응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조직진단의 출발이자 목적 그 자체이다. 더군다나 조직개편의 방향이 복지, 보건, 안전, 환경개선, 새로운 행정수요 등 군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첫 시작은 군민의견조사여야 마땅했다.
안타까운 일은 또 있다. 이번에 직원 57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의 만족도와 인사의 공정성에 대해 근무연한이 길수록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에 인원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고 응답자 중 51%가 조직재설계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조직개편의 공감대가 조직내부에서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이같은 응답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문제는 조직 내부에 있다고 본다. 조직원들은 현재의 인력체계나 인사방식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반면 본인들의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조직운영에 큰 불만과 실망을 표현한 셈이다. 말해도 안 먹힐 것이니 기대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조직 전반에 대해 알지도 못할 뿐더러 알고자 하는 의욕도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인사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재설계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은 큰 모순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번 조직개편안이 의회 의결을 남겨 두고 있지만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믿는다, 그만큼 눈앞의 과제가 많다는 뜻이다.
첫째, 군민 의견 수렴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군민의견 수렴 없는 조직개편 논의는 철저한 행정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주민을 행정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가? 행정의 주체로, 협치의 주역으로 세워야 한다. 그 많은 거버넌스 논의가 왜 이토록 중한 조직개편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인지 아쉽고 또 아쉽다.
둘째, 정량평가로 이뤄진 사무량조사에 잡히지 않은 직원들의 애환과 고충을 생생하게 수렴해야 한다. 뒤이어 그에 따른 업무 조정과 지원방안이 나와야 한다.
셋째, 소수직렬 정례 간담회를 제안하고 싶다. 조화와 균형이 깨진 조직은 건강하지도 않을 뿐더러 미래 잠재력도 없다. 자연생태계가 그러하듯 인간 생태계 역시 소수에 대한 배려와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 더군다나 소수직렬은 전문가이지 않는가? 소수 직렬이 군정전반에 대해 경험을 쌓고 민원해결능력을 키워갈 기회를 얻어야 한다. 복수 직렬 확대가 꼭 필요한 까닭이다. 그것은 구성원의 앞날과 군정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참에 좋은 선례를 남겼으니 앞으로 더 대화하고 소통하기를 고대한다. 일하는 보람을 넘어 자신과 조직의 변화를 함께 꿈꾸는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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