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와 본예산 심의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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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행정사무감사와 본예산 심의를 마치고

김기천 영암군의원(정의당·학산미암서호군서)
2020년 한 해가 다 저물어간다. 여전히 암흑의 긴 터널에서 못 빠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암군의회는 올해 마지막 정례회를 모두 마쳤다. 행정사무감사와 4회 추경, 그리고 2021년 본예산 심사까지 쉴틈없이 한 달을 달려왔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코로나 감염병 탓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을 미룰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알면 알수록 문제투성이인 농업보조금이다. 먼저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농업보조금 수혜자를 분석했다. 친환경농업과, 축산과, 산림해양과, 농업기술센터 등 농업관련 4개과의 500만원 이상 보조금 수혜자를 분석했더니 법인(농협 제외)의 경우 3년 동안 최고 2억6천만원까지 받은 경우를 비롯해 매년 연속으로, 한 해에도 중복으로 지원받은 사례가 허다했다. 개인의 경우도 3년 동안 최고 9천460만원을 비롯해 1천만원 이상 수혜자만 43명에 달했다. 농업보조금은 한번 선정되면 3년이 지나야 다시 기회를 얻는 게 일선 읍면 심의위원회 규정이다. 이같은 강제적인 경과규정을 둔 이유는 특정인에게 보조금이 쏠리는 것을 막고 소농을 비롯한 일반농민에게 고루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극단적인 보조금 특혜가 발생하는가? 간단하다. 농업관련 4개 실과가 전혀 정보소통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민의 영농의욕을 돋우고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농업보조금정책이 오히려 주민들간 불화와 불신을 조장하고 권력자에게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비참한 현실이 돼버렸다. 주체적인 농민은 사라지고 '보조금 좀비들'만 관청 주변에 살아남게 되었다.
마을단위로 이뤄지는 농업보조사업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마을의 자원을 활용하고 마을 구성원의 참여를 조직하여 마을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 창조마을 가꾸기나 유기농생태마을 같은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 또한 취지나 목적은 사라지고 가족이나 소수 몇 사람의 이익을 위한 사업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일은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 첫째, 보조금사업법인에 주민참여를 제도화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소액이라도 출자 출연이 기본이다. 둘째, 사업범위를 설계할 때 역시 소수 대농위주가 아닌 영농수단과 노동력이 빈약한 소농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이익이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나아가 사업의 주요내용을 변경할 때는 마을구성원의 토론과 합의가 꼭 필요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제대로'하는 사업방식이다. 그런데 몇몇 사업을 들여다본 결과 사업법인은 소수 몇 사람(대부분 가족)이 구성하고 있고, 사업초기 형식적인 마을회의를 거치고 나서 설계한 사업은 소수 대농을 위한 시설과 장비사업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마을구성원과 소농을 사업의 구색을 맞추는 동원수단으로밖에 보지 않은 처사다.
보조금사업의 사후 관리가 또 얼마나 허술하고 무책임한지도 드러났다. 같은 사업자에게 중복으로 보조금을 주는 경우에도 관련 실과간 협의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보조금조례에는 매년 반기별로 1회씩 보조금사업을 확인 점검하게 돼 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설물은 10년, 농기계는 5~8년 동안 임의로 처분, 양도, 대여할 수 없게 돼 있고 시설물의 용도를 변경하고자 할 때는 군수의 승인을 반드시 얻도록 돼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러니 보조금을 눈먼 돈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보조금 몇 백 만원을 받고 자부담분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다수 선량한 농민들에게 안기는 열패감은 돈으로 매길 수도 없다. 결국 영암군 행정에 대해 쏟아지는 농민들의 불신과 비난은 책임을 방기한 행정의 자업자득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가장 시급한 일은 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실과별로 제각각인 보조금 지원 기준과 관리점검 방안을 표준 매뉴얼화해서 특정 소수에게 중복 특혜 지원하는 일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다음으로, 보조금 총량제 도입을 서두르자. 이미 전국 많은 지방정부에서 도입하고 있는 개인과 법인에 대한 보조금 총량제를 우리군도 적극 수용해야한다.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은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정하면 된다. 또한, 소농과 고령농 여성농 귀농인을 위한 소규모, 인력절감형 보조사업과 농기계 임대사업을 적극 발굴.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작면적 1ha 미만 소농들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우리군에서 실행하고 있는 농어민 수당을 모든 농민에게 확대하고 지원내용도 현실화해야 하겠다.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농민기본소득제도 그 대안이다.
정례회를 마치면서 의원의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했다. 배우고 익히는 일을 게을리하고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군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지 않고서 스피커 노릇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갈 길은 먼데 몸은 무거워져서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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