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라면 지역현안 앞에서는 여론에 겸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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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도자라면 지역현안 앞에서는 여론에 겸손해야

전남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영암공공도서관 이설을 놓고 한창 논란이 벌어졌다. 일선 교육장이 마치 자신이 계획을 확정했으니 학부모들이 적극 협조해달라는 듯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받아 본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장이 선출직인줄 알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특히 부지의 적정성을 두고 지역사회의 논란이 거세지자 영암군의원과 지역사회단체 관계자들을 황급히 면담하고 다니는 교육장의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목격됐다. 급기야 "부지에 대해 검토가 더 필요하다"던 영암군은 "조속한 국비 확보를 위해서는 氣찬랜드가 적합하다"고 입장을 급선회했다. 그 배경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알력관계가 내재되어 있다는 소문까지 무성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지역현안 앞에서는 반드시 여론에 겸손해야 할 지역 지도자들의 경박함이 논란의 진원이라 여긴다. 영암교육청이나 영암군은 다양한 의견이 불가피한 공공도서관 부지 선정을 놓고 가장 중요한 절차를 빠뜨렸다. 아니 무시했다. 학부모를 비롯한 군민 여론수렴 절차다. 영암교육청은 기관 간 업무협의 채널도 무시했다. 영암군은 최소한의 내부 의견수렴 절차인 실·과·소 간의 협의과정도 없었다. 이전할 부지로 氣찬랜드를 비롯한 8곳이 검토대상에 올랐다면 이 가운데 한 곳(氣찬랜드)을 골라 교육감을 불러 방문할 일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수렴에 나서는 것이 순서였다. 그런 다음 최종 후보지 2∼3곳을 골라 선택하면 될 일이었다.
영암교육장의 경거망동은 부임 당시부터 화제가 됐지만 이번 문자메시지는 지나치다. 교육장은 이번 공공도서관 이설 문제뿐 아니라 도시 학생 농촌체험, 코로나19 대응 스마트기기 지원 등 영암군의 지원이 필요한 여러 교육 현안에 대해 기관 간 공식 업무협의체계보다도 군수에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하거나, 사전 약속 없이 군수 집무실을 찾아가 대기하다 면담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업무처리방식을 자주 이용해온 모양이다. 지역현안이 이런 식으로 처리되어선 교육 현안은 원활하게 풀릴지 모르나 담당공무원은 피곤해하고 군민은 들러리가 된다. 교육장은 불과 몇 개월 임기 후 떠나버리면 그만이지만, 이설될 영암공공도서관은 비단 군민만이 아니라 그 후손들이 두고두고 이용할 공공시설이다. 그들의 뜻을 물어야 당연한 것이다.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민이 주인임을 더욱 강조한 법이다.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주민들 뜻을 따라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래서 당부한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지역현안 앞에서는 꼭 여론에 겸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냉혹한 심판이 따를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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