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역시 군민들의 우려에 공감하는 듯 했지만 답답하게도 보건소가 낸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계획'에 대해 이의 제기를 못했다. 영암한국병원의 계획서를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끼다시피 내놓았음에도 그 타당성을 따져보는 의원은 없었다. 군과 영암한국병원, 더 좁게는 보건소와 영암한국병원이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 재개를 위해 사전에 꼼꼼한 협의를 거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연간 11억원의 예산지원을 해서라도 응급의료체계를 복구할 의지가 있었다면 왜 8년이 다되도록 허송세월했으며, 보건소 당직의료기관 운영을 고집했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병원을 인수해 개원한지 4개월째에 불과한 영암한국병원에 선뜻 5년간 60억원을 쏟아 붓겠다는 결정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내릴 수 있었는지 군민들은 의아하고 걱정스럽다.
응급의료체계의 복구를 통해 단 한 명의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릴 수 있다면 얼마의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문제될게 없다는 주장의 논리엔 동의한다. 5만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지자체에 반듯한 응급실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병원이 요구하는 대로 군민혈세를 지원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의회가 응급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예산지원의 적절성을 따질만한 전문성이 부족했다면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서라도 따질 일은 적극 따졌어야 옳다. 보건소는 보건소대로 병원 측의 자료를 토대로 이를 검증하고 적절한 지원 폭을 정해 의회에 제시했어야 옳다. 이번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지원 예산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킨 행태는 무척 어설프고 답답하다. 뭔가 있는 것 같은 뒷맛까지 남는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