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용 문태고등학교 교사 도포면 영호리 출신 |
전근대 봉건제 국가였던 조선왕조가 힘없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해방이 되자마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라가 절단이 난 후, 반쪽짜리 신생국 대한민국은 참혹한 한국전쟁을 겪어내며 기적같이 오늘 같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온 것이 국민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하늘이 돕지 않고서야 어디 가당키나 했겠는가!
건국 이후 우리나라가 세계에 알려지게 된 과정은 정말로 특이하다.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무력과 자본을 앞세운 것이 아니라 근면함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루어냈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담은 '한류'라는 문화 상품으로 좋은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배우와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고 BTS가 세계인들을 열광시키는 현상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고대로부터 홍익인간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다문화적 요소가 우리에게 유전자처럼 전해진 까닭일 것이다.
이제 앞으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안팎으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30여년 전에 '세계화'의 물결에 스스로 올라타 온갖 역경을 헤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후발 국가 국민들에게 '코리안 드림'을 꿈꾸게 하는 나라가 되어 있었다. 이미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 터전을 마련하고 살고 있는 것과 동시에 우리 동네에는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와 더불어 사는 이웃이 된 지 오래다.
모두와 더불어 같이 사는 길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부터 전라남도교육청은 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착실하게 준비해오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에서 다문화교육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가장 앞선 곳이 전라남도교육청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전라남도국제교육원이 중심이 되어 전국 최초로 학교 교육과정 다문화교육 성취기준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우리 영암교육지원청도 늘어가는 다문화교육 수요에 맞추어 다양한 다문화교육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영암군에는 2019년 기준으로 다문화 인구수가 4,516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8.3%이다. 영암군 관내 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는 다문화학생들의 수는 2020년 4월 기준 592명이다. 절대적인 수치에서 보면 순천이나 기타 지역보다는 작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율은 11.4%로 전라남도 지자체 내에서 6위에 해당한다. 이에 영암교육지원청도 다문화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각급 학교에 한국어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삼호지역 학교에는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면서 다문화학생들에게 한국어 학습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그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반성하며 모두와 더불어 같이 사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에서 인종간, 종교간 갈등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어 극단적인 폭력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다문화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대두될 갈등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여 미래의 사회적 기회비용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더불어 사는 공동체 안에서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적선하듯이 시혜를 베푸는 단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다문화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나아가 다문화교육이 학교 교실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사회교육 단계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담은 적극적인 다문화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