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읍 공영주차타워' 건립 실시설계 예산 반영 대기업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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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읍 공영주차타워' 건립 실시설계 예산 반영 대기업 특혜 논란

군, 현대삼호중공업 북문주차장 부지 기부채납, 150억 투입 공영주차타워 건립 계획

의회, 타당성조사 전남도 투융자심사 등 미실시 불구 예산3억5천만원 예결위서 부활

삼호읍 공영주차타워 건립사업은 삼호읍 용당리 2180-1번지 현대삼호중공업 북문주차장 5천944.6㎡(약 1천978평)의 면적에 사업비 150억여원을 투입해 750면 규모의 지상 5층 주차장을 짓는 계획이다. 인근 아파트단지 주변의 주차 공간 부족에 따른 불법 주정차로 인한 사고 발생 방지와 주민 불편 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주민 1천800명이 공영주차타워 건립을 건의해온 것이 계기라고 군은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북문주차장
원래는 한마음회관 앞 주차장 부지에 48억여원을 투입해 2층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5월 전동평 군수의 현장 방문 이후 부지가 북문주차장으로 변경됐다.
특히 군은 지난 6월 안정욱 건설교통과장과 담당 팀장, 주무관 등 관계자들이 현대삼호중공업을 직접 방문해 공영주차타워 건립 부지의 기부채납을 협의했다. 공영주차타워의 주된 이용자들이 현대삼호중공업 근로자들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그 덕분(?)에 군은 엿새 뒤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기부채납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회신에는 ▲사업부지 기부채납에 따른 관계법령 상 기부 처리, ▲건립기간 중 300면 규모의 대체 주차장 확보, ▲동절기 원활한 이용을 위한 도로 열선 설치 등 시설 구축 등 세 가지 조건과 함께, 건립사업이 불가피하게 무산되거나 진행되지 못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 사업부지에 대한 소유권의 현대삼호중공업 귀속 조치를 요구했다.
■ 누구를 위한 주차장인가?
이런 삼호읍 공영주차타워에 대한 첫 번째 논란은 '누구를 위한 주차장인가'다.
이에 대해 김기천 의원은 경제건설위원회(위원장 고천수 의원) 예산심의에서 "당초 계획했던 한마음회관 주차장 부지에 주차타워를 건립하면 일반 주민들이 훨씬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지만 북문주차장 부지의 경우 주민 이용률은 0%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아닌 근로자들 전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동일 과장도 같은 자리에서 "일단 주간에는 현대삼호중공업 근로자들이 가장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인근 도로변 등에 주차했던 근로자들의 차량 대부분이 주차타워에 주차하게 될 것이므로 불법 주정차로 인한 사고 발생 방지와 주민 불편 해소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북문주차장(194대 주차가능)이 현대삼호중공업 근로자들의 차량으로 사실상 꽉 차 있고, 여기에 주차하지 못한 차량들이 길거리에 불법 주·정차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인근 한마음회관을 찾는 주민이나 현대삼호중공업 사원아파트(일반인에 분양했음)에 거주하는 주민 일부도 물론 사용할 수는 있겠으나, 사실상 근로자들 전용주차장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삼호읍 출신인 고천수 의원도 다음날 열린 예결특위에서 "북문주차장 부지는 한겨울이면 늘 그늘지고 얼어있는 땅"이라면서, "북문주차장 부지만 고려하지 말고 여기저기 마땅한 부지를 놓고 보는 것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기천 의원 역시 예결특위에서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안다. 공영주차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번 공영주차타워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가장 적정한 위치인가를 놓고 논란이 있다. 주차장은 이용자들 편의를 따져야 한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편의를 반드시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부채납의 취지 맞나?
두 번째 논란의 초점은 '현대삼호중공업이 북문주차장 부지를 기부채납 한 취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다.
북문주차장 부지에 공영주차장을 건립하면 주로 현대삼호중공업 근로자들이 이를 이용하게 되는 상황이 빤한데, 부지를 기부채납 해 군 예산 150억원을 들여 주차장을 건립하는 일이 기업의 사회공헌에 해당하느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얘기다.
즉, 거꾸로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방산단 조성계획 상 주차장 부지로 되어있는 자사의 북문주차장에 회삿돈 150억원을 투입해 공영주차타워를 건립하고, 근로자들과 함께 인근 주민들도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영암군에 대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기천 의원은 경제건설위 심의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이라는 회사가 영암군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주고받은 문서에 드러나 있다. 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부지를 기부채납 하겠다는데, 실상은 자신들이 확보해야 할 주차장을 영암군이 지어달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예결특위 심의에서도 "공영주차장 건립에 소요되는 150억원 상당에 대해 영암 지역사회 공헌방안을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 이런 기업 처음 본다. 씨름단을 떠넘겼고, 한마음회관 내 '삼호문화의 집' 운영도 떠넘겼으며, 동아리방에 주차장까지, 조금 있으면 한마음회관 옥상에 뭘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도 그에 상응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북문주차장 부지 재산가치가 얼마나 되겠나. 돌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없다. 기업 입장에서 '꿩 먹고 알 먹고', '꿩 삶으면 솥단지까지 갖겠다'는 심보 아니냐. 그래서 입지 선정부터 건립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나종 예결위원장도 "무엇보다 주민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사측에 주차장 좀 설치하라고 할 수는 없는가. 직원들 차만 사내 주차장에 주차하면 주민들의 주차 편의는 해소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
세 번째 논란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안정욱 건설교통과장이 담당 팀장 및 주무관까지 대동하고 현대삼호중공업을 방문해 북문주차장 부지를 기부채납 하면 150억원짜리 주차타워를 건립해주겠다고 제안한데 대해 현대삼호중공업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사업부지 기부채납에 따른 관계 법령 상 기부 처리, ▲건립기간 중 300면 규모의 대체 주차장 확보, ▲동절기 원활한 이용을 위한 도로 열선 설치 등.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 법 제7조(기부채납)는 '①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4조 제1항 각 호의 재산을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려는 자가 있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받을 수 있다. ②제1항에 따라 기부하려는 재산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기 곤란하거나 필요하지 아니한 것인 경우 또는 기부에 조건이 붙은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행정재산으로 기부하는 재산에 대하여 기부자, 그 상속인, 그 밖의 포괄승계인에게 무상으로 사용허가하여 줄 것을 조건으로 그 재산을 기부하는 경우, ▲행정재산의 용도를 폐지하는 경우 그 용도에 사용될 대체시설을 제공한 자, 그 상속인, 그 밖의 포괄승계인이 그 부담한 비용의 범위에서 제40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용도폐지된 재산을 양여할 것을 조건으로 그 대체시설을 기부하는 경우'에 한해 기부에 조건이 붙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돼 있다.
따라서 현대삼호중공업이 요구한 세 가지 조건은 지자체에 해서는 안 되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군은 세 가지 조건에 대해 관련법 상 수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즉각 현대삼호중공업에 회신해야 함에도 지금까지 덮어둔 채 공영주차타워 건립을 위한 실시설계 예산 확보에만 매달렸다. 지난 7월 1일자 인사로 건설교통과장에 기용된 문동일 과장이 곧바로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를 불러 300면 규모 대체 주차장 확보 요구 등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전달하기 까지 군은 대기업에 마냥 끌려다녔다는 얘기다.
김기천 의원은 "첫 번째 조건이 사업부지 기부채납에 따른 관계법령 상 기부 처리를 해달라는, 기부금 처리를 해달라는 얘기다. 그러면 세금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건은 공영주차타워 건립 기간 중 근로자들이 쓸 대체 주차장 300면을 확보해달라는 것이다. 그 인근을 아무리 뒤져도 300면 대체 주차장 부지가 없다. 있다면 공영주차타워를 만들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 세 번째는 동절기에 원활한 이용을 위해 열선을 깔아달라는 것이다. 북문으로 가는 언덕배기에 있어 열선까지 깔아달라는 요구다. 그리고 사업을 추진하다 무산되거나 진행되지 못하면 사업부지 소유권이 현대삼호중공업으로 귀속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이 영암군과 군민들에게 사회공헌 운운하며 보이는 태도다. 사업비만 150억원이 든다. 사측이 얻을 이익이 150억원뿐이겠는가. 기업이 문을 닫을 때까지 주차장을 활용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공헌 운운은 말이 안 된다.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선행되어야 할 행정절차도 무시?
네 번째 논란은 실시설계 예산 편성에 앞서 진행했어야 할 행정절차들이 모두 생략된 사실이다.
총사업비로 150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을 추진할 경우 통상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진행되고, 사업비 규모가 큰 만큼 반드시 전남도 지방재정 투·융자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 다음 실시설계에 들어가고 이를 토대로 공사에 착공한다.
하지만 삼호읍 공영주차타워 건립사업은 선행되어야 할 행정절차를 몽땅 생략하거나 건너뛰고 실시설계 예산부터 확보했다. 예결특위 계수조정 과정에서 다수의 의원들은 이를 감안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부터 거친 뒤 내년 본예산에 실시설계 예산을 반영하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표를 의식한 일부 의원들의 '속셈'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또 경제건설위에서는 전액 삭감했다가 예결특위서는 전액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공모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느니 하는 식의 예산 되살리기를 위한 막판 허위사실까지 나돌다가 심의과정에서 모두 거짓으로 밝혀지는 해프닝도 있었고, 의원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집행부인 군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인 대기업에 대한 납득하기 어려운 '저자세'나 실시설계 예산 확보를 서두른데 대해서도 온갖 소문이 떠돈다. 그중에는 전동평 군수가 군수 당선 전 현대삼호중공업 관련 회사를 경영해왔고, 지금도 이에 관여하고 있어, 장래 현대삼호중공업과의 관계를 감안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설에 비중을 싣는 이들이 많다. 결코 사실이어서는 안 되는 소문인 만큼 앞으로 군의 책임 있는 업무처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삼호읍 공영주차타워의 건립비용에 대한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군이 150억여원으로 계획하고 있으나 현재 북문주차장이 돌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환경을 감안할 때 자칫 공사비가 이 보다 훨씬 많이 소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회사 측의 기부채납으로 부지가 확보되었더라도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등 거쳐야 할 행정절차를 차근차근 밟는 것이 예산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마음회관 일대 주차난이 심각해 하루속히 주차공간 확보가 필요한 사실은 십분 인정하고 감안하더라도 꼭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이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실시설계 과정에서 사업비가 추가될 경우 공사의 장기지연으로 이어진 사례는 영암군의 경우만해도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 앞으로의 대책 및 전망은?
많은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시설계 예산 3억5천여만원이 확정됨에 따라 군의 향후 추진계획 및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을 정리하고 사업을 진행해야 할 책임을 새로 맡은 문동일 건설교통과장은 현대삼호중공업 측이 기부채납과 함께 제시한 조건에 대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상 불가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한다.
특히 사업기간 대체주차장 300면 확보에 대해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를 불러 조건제시 자체의 부당함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300면 규모의 주차장이 있다면 삼호읍 공영주차타워를 별도로 건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도로 열선 설치에 대해서도 공영주차타워를 이용하게 될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이 아닌 주민들의 이용편의를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주차타워 건립과 관련해서는 부지가 언덕배기에 있는 점을 감안해 지상 5층 규모가 아니라 지하 1층, 지상 4층 방식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문 과장은 이를 위해 실시설계 예산을 활용해 기본계획 수립과 공모, 전남도 지방재정 투·융자심사 등을 위한 사전행정절차를 꼼꼼하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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