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 농사가 이처럼 풍년이지만 농업인들은 결코 달갑지 않다. 해마다 줄어드는 쌀 소비량을 감안할 때 공급과잉이 불가피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쌀값 폭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도 산 쌀 수요량이 357만~361만t 가량임을 감안할 때 올 쌀 생산량 가운데 27만~31만t 정도가 공급초과량으로 예상된다. 올 쌀 생산량의 7~8%에 달하는 양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쌀값은 하락세에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쌀 20㎏ 연평균 도매가격은 2018년 4만5천412원, 2019년 4만8천630원, 2020년 4만9천872원, 2021년 5만8287원으로 꾸준한 상승세였으나, 올 들어 지난 7월 5만9천102원까지 올랐던 쌀값이 11월 들어 5만4천86원으로 하락했다. 전남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11월 5일 기준 쌀값은 80㎏당 21만4천572원으로 지난해 수확기보다 1천912원이나 낮다.
개정된 양곡관리법은 초과생산량이 당해 연도 생산량의 3%를 넘으면 시장격리 하도록 되어 있다. 앞서 분석한대로 올해 쌀 예상 초과 생산량은 이보라 훨씬 많은 7~8%다. 시장격리 요건을 충분히 갖춘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향후 쌀값 추이 등 시장 상황을 지쳐보면서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조치하겠다는 입장인 모양이다. 물론 최근 들어 농수축산물을 비롯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심상치가 않아 정부 당국으로서도 고민이 클 것이다. 그러나 과잉생산 된 쌀을 서둘러 시장에서 격리하지 않으면 가격 하락으로 농가소득이 감소하고, 농민들의 쌀 생산 의욕도 저하될 것이다. 특히 변동직불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시장격리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유일한 버팀목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6년만의 풍년농사를 일군 농업인들을 위해서라도 실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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