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전동평 군수가 지난 4월 6일 이배용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을 만나 마한역사문화권 복원 및 활용계획을 설명하고 추진방향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 자리에는 유인학 마한역사연구회장이 함께 참석, 영암군이 영산강유역 마한역사문화권의 중심지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와 고대해양교류박물관 건립, 마한역사문화테마파크 조성 등을 통해 고대 마한문화에 대한 인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려 한다는 계획과 마한문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필요성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배용 특별고문은 마한역사문화권 복원과 활용, 더 나아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필요한 조건과 추진 과정 등에 대해 조언하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는 영산강유역 마한문화권 부동산 유산의 집중 분포지인 영암의 지정학적, 학술적 가치와 마한유적 복원 노력 및 향후 활용 가치,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영암군 건립의 당위성 등에 의견을 나눴다고 군은 설명했다.
전 군수가 특별고문을 면담한 것은 지난해 12월 월출산 氣찬랜드 내 한국트로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1 마한문화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이배용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장이 '마한문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가치와 절차'라는 주제발표를 한 것이 계기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24일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에 임명됐다.
반면 논란도 일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이 특별고문으로 임명되기는 했으나 그 위상이나 향후 역할은 아직 미지수로, 기초단체장이 지역 현안 문제로 황급히 면담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 더 나아가 관련 사업이 아직 전남도 국정과제로도 채택되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특별고문은 소망교회 신도로,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또 이런 이력은 차치하더라도,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으로 임명되자마자 기초단체장이 바로 찾아가 지역의 현안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이었느냐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단체장의 발 빠른 대응이라는 긍정적인 지적가도 있으나, 특별고문의 위상이나 역할이 아직 불분명할뿐더러 기초지자체의 현안 과제를 듣고 이를 새 대통령에 조언할 위치는 더더구나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등은 상급 지자체인 전남도의 국제과제로 채택되지도 않은 상태로, 전남도나 관련 정부 부처와는 관련 없이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과 면담부터 하고 나선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는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마한사도 포함, 고대 마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법적 계기가 마련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가야 유산의 체계적 수집·관리를 위한 시설인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가 오는 2024년 하반기 개관 예정으로 지난 3월 경남 김해에 착공식을 가져,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도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는 현재 '논의 단계'로, 아직 전남도의 국정과제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곳곳에 산재한 고대 마한유적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발굴조사 및 학술연구결과가 축적되는 일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다시 말해 영암군이 국제학술대회 주제발표를 인연으로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으로 임명되자마자 찾아가 영암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분위기는 아직 아니라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계기로 고대 마한역사를 문화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지자체들이 앞 다퉈 관련 사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과의 면담은 유인학 마한역사연구회장의 주선으로 마한문화의 중심지인 영암군이 관련 사업을 새 정부가 적극 추진해주도록 요청하는 적극적인 의미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등과 관련해서는 전동평 군수가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했다가 좌초된 '영암군 민속씨름 종합체육센터' 건립사업 추진 과정과 기시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업은 씨름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되고, 2018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이 이뤄지면서 민속씨름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과 연계해 전국 최초의 씨름역사관 및 상시 관람석을 설치함으로써 전지훈련과 각종 씨름대회 개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였다. 총사업비 100억원(국비 50억원, 지방비 50억원)을 투입해 영암읍 역리 94-4번지 일원에 연면적 4천㎡, 지상 4층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었다.
당초 '민속씨름역사문화공원'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전 군수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영암 출신 중앙부처 공직자들과의 면담 결과만을 토대로 마치 영암 유치가 이미 확정된 사업인양 추진하다 국가시책으로도 확정되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상급 지자체인 전남도와 전혀 교감이 없었고, 단체장이 지연만을 앞세워 욕심 부리다 사업이 백지화된 좋은 사례여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