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적으로 도시재생은 노후화된 건축물을 보수하고 색칠을 다시 한다거나 기능에 변화를 주어 사람들이 찾아와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면, 요즘은 물리적 변화 외에 지식기반사회와 국제화 등의 시대적 조류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해법으로 평생학습도시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다.
삼호읍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을 맡고 있는 양지훈 박사(평생교육학)는 “영암도 기존에 짜진 지역 발전전략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 문화, 교육, 공동체 정신의 가치를 중심으로 전 지역민의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고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특화된 평생학습도시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지훈 박사로부터 특화된 평생학습도시 구상을 들었다. <편집자註>
- 평생학습도시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 먼저 평생학습(평생교육)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학교교육 외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개인이 원하는 ‘배움’의 기회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더해서 평생학습도시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전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역주민 누구나 일생에 걸쳐 필요한 학습을 즐길 수 있는 학습공동체가 형성된 도시를 말합니다.
평생학습도시 조성 사업은 전 국민에게 개인의 성장을 돕는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20년 전부터 교육부의 중장기 전략으로 수행되어 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한 평생학습체제가 구축되도록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꾸준히 구체화 되고 있는데, 이미 유럽이나 아시아권의 많은 국가들에서 평생학습도시 만들기가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평생교육은 그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사회교육, 여성, 청소년, 노인, 근로자, 문화,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프로그램, 축제, 스포츠사업 등 광범위한데, 이를 종합적인 평생교육의 개념으로 포괄하여 다양한 평생교육 관련 사업으로 재구조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역의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경제, 고용의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특히 인구감소 지역에 대해 평생교육 활성화를 통한 지역의 역사, 문화 등의 자원을 활용한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이 활력을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민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산업으로 연계하여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의 유입을 촉진하는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영암지역의 평생학습 현황은 어떤지요?
▲ 2022년 2월 기준 전국 기초지자체의 83.2%인 188개의 지자체가 평생학습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사실 몇 군데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성인문해교육과 취미수업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선에서 끝나고 있습니다.
영암도 2004년에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었고 민선4기인 2007년도에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하고 4개소의 평생학습센터를 개소하여 기운차게 시작은 하였으나 사정은 다른 지역과 비슷한 형편이더군요.
영암군 평생학습도시 홈페이지를 찾아 읽어보시면 그 현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저는 업무로 영암에 몇 년간 살게 되면서 평생학습 차원에서 참으로 자원이 많은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먼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문화의집을 통해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시도해보는 중입니다. 요즘은 청소년을 비롯하여 지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봤을 때 시대적 요구는 디지털 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청소년, 성인 지역민들에게 디지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디지털 문해 수업을 개설하였는데, 예상외로 청소년, 성인, 어르신 등 많은 지역민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청소년들은 OA자격증 시험을 보았고 성인들은 검색 경진대회도 나가시더군요.
현 시대는 지식정보화사회라서 토건산업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소수의 지역민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보다는 지역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직접 참여하여 무언가를 배우고 배운 것을 사회에 환류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하는 평생교육을 통한 지역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영암은 아름다운 자연과 지리적 환경, 역사와 문화, 산업을 활용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적합한 곳입니다. 단순히 건물을 세우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계획에만 머물지 말고 지역의 좋은 환경을 이용한 지역특화 평생학습 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역민들의 삶의 만족도 향상과 더불어 취·창업에도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평생교육에 대한 전문가로서 평생학습도시 정착이나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하신다면?
▲ 현재는 영세한 비영리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조그만 공모사업을 운영하며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공공성을 가진 평생교육시설들은 그러한 활동가들을 위해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하며 평생학습 거점시설을 확충하여 학습자 요구를 배려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양한 학습동아리를 만들어 지원하였으면 좋겠습니다.
평생학습 시설에서 전문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사를 양성하는 대학교와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익숙한 것, 관행적인 것, 또는 습관적으로 정해진 수순만 고집하는 것에서 탈피를 해야 합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 그게 바로 혁신이겠지요. 예를 들면 우리가 지역 발전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은 ‘어디에 어떤 시설을 만들 것인가?’인데요, 사실 하드웨어가 완성되어도 그 안이 비어있다면 결국은 유휴시설로 전락하는 것이지요. 우리 주변에서도 그런 가성비 없는 건물들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풀뿌리처럼 전 지역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만들어지고 지역의 평생교육시설들과 상호작용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면 그때쯤은 큰 비용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 지역이 평생학습도시가 될 거라고 봅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강사양성을 비롯한 취·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그들이 우리 지역에서 충분히 가동되도록 자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역에 있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다면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역사회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배움과 실천의 장입니다. 그래서 평생학습은 지역사회의 토양에서 성장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색깔 있는 지역을 창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역의 평생학습 현황을 알기 위해 집단면접조사(FGI)를 한번 해볼 예정입니다. 평생학습기관이나 프로그램 운영자, 참여자가 대상이 될 것이고요. 평생교육 활동가와 교수, 군의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평생학습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영암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평생학습 컨텐츠 개발에 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