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희 영암소방서 영암119안전센터 소방사 |
양파하면 문득 떠오르는 출동 건이 있어 말해보려 한다.
지난 4월의 어느 날, 가슴통증을 호소한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출동했고 주택에서 50대 남성 한분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급히 상태를 파악하고 의료지도를 받아 니트로글리세린을 1정 설하 투여하였고 안정이 된 후 병원 이송을 진행하려하자 호전되었다며 병원이송을 거부하였다. 병원 이송 여부 필요성을 재차 설명하였으나 환자는 평소 양파즙을 마시면 통증이 사라졌지만 오늘은 마시지 못해서 그랬다며 이송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여 이송거절·거부확인서에 서명을 받았다.
응급증상이 발생하면 119에 재신고 하도록 안내하고 환자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결해주고 싶어 평소 구매한다는 건강원에 대신 전화 하였다. 하지만 양파즙을 구하진 못하고 환자분께 아쉬운 마음만 전한 채 구급차에 올라타 사무실로 출발하였다. 귀소 중에 사무실 냉장고에서 봤던 양파즙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는 양파즙을 가져다주기로 했고 전화로 설명을 들은 환자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렇게 그냥 귀소하면 끝날 일을 30분가량 현장에서 더 활동 하였지만 환자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참 다행이다 싶었다.
사무실에 돌아와 양파의 효능을 알아보니 면역력 강화, 골밀도 향상, 항암효과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심장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뚜렷하게 나와 있지는 않았다. 아무렴 어떠한가! 환자는 안심하고 오늘 밤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응급 환자에게 상담, 응급처치, 이송의 활동을 하는 구급대원이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응급부터 자차로 이동이 가능한 비응급까지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떠한 상황이든 우리가 구급대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지만 수혜자는 인생에 딱 한 번 만나는 구급대원이 우리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날 그 환자가 그 날 너무 큰 도움과 위안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하고자 직접 센터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양손의 양파즙 2개와 함께 말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