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현 영암읍도시재생주민협의체 위원장 영암월출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그러나 예상했던 일정이 틀어졌다. 6월이면 매일시장 상생상가의 리모델링까지 끝날 줄 알았는데 공사일정에 차질이 생겨 6월에 들어서야 상생상가가 들어설 점포의 해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점포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기존의 있던 시설물들을 철거하는 작업이다. 여러 가지 검토할 사항들도 있었지만 다소 늦어졌다. 일정을 맞춰 준비를 하고 있었던 입주자들은 최소 3~4개월을 더 기다려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긴 것이다. 타지에 살다가 6월 일정에 맞춰 영암읍으로 전입까지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어떤 분은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어찌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 가능한 시간에 맞춰 식당 창업에 대한 멘토링 교육을 추가하여 진행하고 있다.
먹거리 교육을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시스템의 부재였다. 기존 시스템이 있었다면 그 시스템만 다소 보완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던 일을 새로운 판을 짜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먹거리에 대한 사전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교육생들에게 제시해줄 테마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여 교육 후에 발표하도록 하였는데, 각기 다른 먹거리를 다루게 되어 먹거리의 다양성면에서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영암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영암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담아낼 수 없었다.
영암은 전국을 대표하는 농산물이 몇 가지나 있을 정도로 넓은 농토를 가지고 있는데 다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영암을 대표하는 농산물로는 쌀, 무화과, 대봉감, 그리고 고구마가 있다. 그중 무화과와 대봉감은 영암이 대표적인 산지라는 것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고구마에 대해서는 해남을 먼저 떠올린다. 고구마 수확량과 품질은 오래 전부터 전국에서 으뜸이 되었지만 몇 군데 대농들이 각자의 브랜드를 개발하다 보니 그 브랜드가 영암에서 나온 대표적인 상품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의외이지만 이 외에도 단감이 있고, 멜론이 있다. 단감은 도포의 ‘싱싱감’이 가락시장의 단감값을 결정하고 있고, 멜론은 전국 생산량의 선두권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
민선 8기에 들어와 먹거리에 대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대봉감과 무화과를 이용한 디저트류를 상품화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고, 영암의 대표적인 상품을 이용하여 수제맥주와 전통주에 도전하고 있다. 수제맥주와 전통주까지 영암을 대표하는 농산물을 주재료로 하여 개발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먹거리에 있어서 아직은 행정의 활발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암군 누리집에 들어가면 영암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낙지거리, 왕인밥상, 월출산밥상, 약선육낙전골 등이 있다. 독천 낙지거리는 이제는 영암호가 되어버린 과거 문수포의 향수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외 먹거리들은 과연 영암을 대표하는 상품인지 의문이다. 영암에서 살고 있는 영암사람들조차도 영암군 누리집에 나와 있는 대표 먹거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영암을 대표하는 브랜드로는 도갑사 앞에 있었던 지금은 사라진 닭백숙이 떠오르고, 조개류인 ‘맛’으로 요리한 음식들이 생각난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과거 영산강 물이 영암읍까지 들어왔을 때 영암을 대표하는 해산물이 ‘맛’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영암사람들은 ‘맛’을 이용한 음식에 열정이 있다.
우리 고장 영암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축산물도 풍부한 곳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한우가 있지만 돼지, 닭, 오리 등도 전국에서 알아줄 정도여서, 어떤 원재료를 주재료로 사용할지 고민할 정도로 너무나 풍부한 농산물과 축산물이 있다. 영암군에는 현재 850여 곳에 이르는 식당이 있다. 그러나 독천 낙지거리를 제외하고 영암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행정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과거 왕인밥상, 월출산밥상, 약선육낙전골 등은 행정에서 나서서 영암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개발하였지만, 행정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면서 이런 먹거리가 있다는 것을 영암사람들조차 모르고 있다. 메뉴를 개발한 식당들조차 그 상품을 자신들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일회적인 행사로, 단순히 책정된 비용을 지출하기 위한 절차로 먹거리를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영암군의 대표 먹거리를 위해 행정이 ‘제대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지속적인’ 관심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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