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아내의 잠꼬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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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랑스런 아내의 잠꼬대 소리

양유복 전 도포농협 조합장
모두가 깊이 잠든 한밤 중 나를 부르며 '왜 나만 두고 떠났냐'고 우는 아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아내는 깊은 잠속에서 꿈을 꾸며 계속 '여보 나만 두고 가지마'라고 애원하는 잠꼬대를 하면서 단잠에 취해 있었다.
폐암3기 수술을 하고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면서 아내의 정성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면서 내일이라도 하늘이 부르면 간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사랑스런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고 살아가는데 아내의 잠꼬대 속 애원하면서 부탁하는 소리는 나의 가슴 속에 너무도 깊이 파고들었다.
경상도 아가씨와 2년간의 펜팔을 하는 중 성격차이로 내가 헤어지자고 하자 추운 겨울 나를 찾아와 '네가 아니면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시집가지 않겠다'며 결혼하자고 애원하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 자식 오남매를 낳아 기르고 뒷바라지를 하면서 자식과 나밖에 모르고 살아온 아내가 아닌가. 나의 마음은 너무도 쓸쓸하였다.
5년 이상 생존율 23.7%. 폐암환자의 생존율에 실낱같은 희망을 의지 삼아 잠을 자면서까지도 나를 지키려는 아내의 애절한 절규에 어떻게든 살아서 내 가족, 사랑스런 아내와 이 세상을 같이 가는 게 나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하고 잠자는 아내를 깨웠다.
잠에서 깬 아내는 '여보 내 곁에 있어 고맙소'하며 내손을 덥석 잡고 펑펑 우는 것이 아닌가. 그후 우리 부부는 일심동체 언제나 병원에도 같이 가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운동도 늘 함께하여 나의 병은 몰라보게 호전되었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했듯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만 생활하니 하루생활이 즐겁고 이 세상 모두가 아름답게 보였다.
수술 후 1년차,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큰아들, 용인시청에 근무하는 큰며느리가 아버지 어머님을 모시는 것이 소원이고 10살 큰 손자와 7살 둘째 손자를 봐주라고 사정하여 용인 큰 아들집으로 올라가 4년간 사랑스런 큰아들 가족과 두 손자들의 재롱을 받으면서 수술 후 5년차에 서울대 분당병원에서 폐암 완치판정을 받았다. 이어 2022년 3월 3일 내 고향 봉호정 집으로 돌아와 40평의 텃밭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집안에 지하수를 개설하여 여기에 수박 멜론 알타리무 기타 여러 가지 채소를 기르면서 낯에는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정말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나는 내가 정성들여 키워 생산한 달고 맛있는 수박을 수확하여 내가 좋아하고 내게 온 정을 베푼 친척과 친우, 농협 조합장으로 4년간 근무 당시 고생했던 직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오늘밤에도 아내의 손을 잡고 잠자리에 들어 밝은 내일을 위하여 노년의 행복을 꿈꾸며 나라를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농촌 농민을 위하여 연구하고 노력하며 열심히 신나게 살아가련다.
나와 결혼한 아내는 5남매 자식을 낳아 광주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시켰다. 큰 아들은 경기도청, 큰 사위는 현대그룹 중견사원, 둘째 사위는 삼성전자 중견사원, 막내 사위는 농어촌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막내아들은 내 뒤를 이어 하우스농사와 한우를 사육하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두 며느리 역시 전남대를 졸업하고 막내딸은 대학원 졸업한 뒤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여덟 명의 손자들도 건강하고 심성이 착하여 학교에서도 반에서 1~2등을 계속하며 자기반 회장직을 맡고 있으니 나는 지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표현하고 싶다.
짧은 인생 뜻있게 보람 있게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나의 아내와의 결혼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생각한다. 큰 손주는 판사가 되여 돈 없어 죄인이 된 어려운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둘째 손주는 돈과 귄력으로 어려운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을 찾아내 죄를 묻는 정의의 검사가 되겠다고 설날 아침 나에게 약속했다. 그 생각만으로도 고맙고 나와의 약속이 꼭 이루어져 우리 사회가 정의와 진실이 우선되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어가길 바란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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