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분리배출 모범 ‘환경지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께 작은 성의로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11년째. 매년 이맘 때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하는 숨은 의인의 이야기는 무더위를 식혀주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지역사회에 신선한 자극이 되어왔다.
영암버스터미널에서 상록수매점을 운영하는 안형영(52)씨가 그 주인공이다.
“칭찬받기 위해 한 일이 아니다”며 의인들은 모두 한사코 취재를 거부하지만 집요한 기싸움을 끝에 대개는 기자가 이긴다.
안씨는 매년 여름이 되면 중복과 말복 사이 약속처럼 1년간 동전을 모아온 돼지저금통을 턴다. 액수가 얼마가 되든지 상관없다. 하지만 그 돈의 주인은 항상 정해져 있다. 여름철에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고생하는 환경미화원들이다.
“왜 꼭 이맘때, 왜 꼭 미화원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씨는 “무더위 속에서 쓰레기 수거하는 일이 가장 힘들잖아요. 악취에, 더위에 땀흘리며 일하는 그분들이 가장 고생이 많다”며 “그것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봉사정신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 그분들이 안쓰럽고 고맙다”고 대답했다.
그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까맣게 손때 묻은 빨간색 돼지저금통을 보여주자 기자는 저금통 바닥에서 귀중한 문구가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지난한 세월만큼이나 누렇게 퇴색된 종이에 적힌 한 줄 글귀는 안씨가 11년전 적어 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누군가를 위하여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리라. 1999년 6월 13일 안형영>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그의 다짐이기도 했지만, 또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안씨는 그 약속을 매년 실천하고 있는 것. 안씨는 그 쪽지를 저금통 바닥에 붙여 두었고, 그 저금통 또한 한시도 안씨 곁을 떠나지 않았다. 배를 째 동전을 빼내고 테이프로 다시 붙여 두기를 11년째다.
안씨는 또 쓰레기 분리배출과 재활용품 수거에 앞장서 온 ‘환경지킴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평소 가정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때 물기를 제거하고 말려서 배출하는 등 감량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안씨 가족들도 폐지와 재활용품을 모아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어 주위의 칭송이 자자하다. 이를 지켜본 동네 어르신들도 폐지를 모아 안씨에게 갖다 주기도 한다. 안씨는 “그러한 동네 어르신들께 늘 감사하고,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음식물과 일반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버리거나 소파, 침대매트, 장농 같은 대형폐기물을 몰래 버리는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많은 분들이 쓰레기 분리 배출에 동참해 주는 게 제가 바라는 최대의 소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정주부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고, 그러한 의식의 변화가 우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