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복 전 도포농협 조합장 |
이렇게 전남도에서 가장 많은 약 400㏊ 비가림 하우스가 설치되기까지는 결코 우연의 일이 아니었다. 1980년대 초 노지수박과 무, 배추 재배로 소득이 불안정하고 기후변화로 농업생산에 위기를 느끼며 시설 하우스가 절실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영암 관내에서 영암읍, 덕진면, 신북면, 미암면 일부에서 목재와 대나무로 비닐하우스를 지어 토마토, 풋고추, 상추를 재배하였으나, 태풍이 오면 초토화가 되어 불안에 떨며 어려운 농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도포면에 시설원예단지가 생기고 나 역시 회원으로 가입하여 폭 5m 철재 파이프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수박과 알타리무를 재배하였다. 그러나 하우스 공간이 너무 협소하여 농사에 어려움이 많아 폭 7m 하우스를 설치하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폭설을 지탱할 수 없다", "태풍에 견딜 수 없다"라며 만류하였다.
그래도 나는 폭 5m 하우스 안에서는 트랙터가 작업을 할 수 없어 최소한 폭 7m 이상 넓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폭설에 강하고 태풍에 견딜 수 있는 철재 비닐하우스를 설계하고 연구하였다. 기존의 폭 5m 하우스는 중앙에 띠장이 있고, 중간에도 띠장이 있어 눈이 오면 중간 띠장에 눈이 걸려 하우스가 주저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중간 띠장을 제거해 중간 띠장 파이프를 땅을 파고 하우스 골격파이프와 연결하여 조립·설치하니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즉 폭설에 강해 무너지지 않고, 태풍에 하우스가 날아 갈 수 없는 하우스를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파이프 길이 11m, 폭 7m 하우스는 50㎝이상 폭설과 초속 40㎧ 이상의 태풍에도 끄떡없이 수박 농사와 알타리무 농사가 가능했고, 트랙터로 시설 하우스내에서 작업도 수 있으니 농사는 한결 편리했다.
나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폭 8m는 되어야 수박과 알타리무 농사에 적격이라 생각하고 다시 11m 파이프에 1m 연결하여 폭 8m 하우스를 설치하는데 성공하였다. 지금 우리 영암지역에 90%를 차지하는 폭 8m 파이프 비가림하우스가 탄생한 것은 1983년 지어진 하우스가 시초가 되었다.
1983년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에 김상봉 지부장이 부임해 우리 영암군 농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영암군 시설원예사업연합회를 결성하게 한 것이다. 또 민선 1기 군수로 박일재 군수가 당선되어 영암 농업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지자체와 농협 그리고 생산자인 농민이 하나가 되어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판매와 홍보에 각자에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되었다.
당시 영암군 수박협의회 회원수가 1천300여명이었고, 총무는 서도일 전 영암축협 조합장, 회장은 필자로, 유명 강사를 초빙한 가운데 실시된 수박교육에 만석이 된 군민회관을 찾은 박일재 군수가 참여자들의 열의 때문에 교육이 정오가 넘어도 끝나지않자 군청에서는 결재 때문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또 당시 박 군수는 허경만 전남도지사에 예산을 특별 신청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폭 8m의 철재 비가림하우스지원사업(자부담 10%, 융자 40%, 보조 50%)을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이제 도포면, 신북면, 시종면 등지의 비가림하우스에서 수박, 멜론, 알타리무, 풋고추 등 우수한 농산물이 생산되어 위기에 처한 농민들에게 버팀목이자 소득원이 되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필자는 지금도 이 비가림하우스시설이 우리지역 여건에 맞는 경쟁력을 겸비한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등 더욱 열심히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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